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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Mar 05. 2023

사랑? 웃기지 마. 이젠 돈으로 사겠어

그를 떠올린 건 한 컬럼 때문이었다. 이미 기사로 읽은 바 있던 재벌의 이혼, 정확히는 이혼 소송으로 받게 된 배우자의 판결 금액이 문제였다.


결혼 생활 34년, 5억 수준인 평균 자산으로 환산하면 1.2%인 600만원(실금액은 665억)이다. 필자는 권력자에게 유달리 관대한 법이 젊은 여성의 결혼 기피와 출생률 저하, 자녀 교육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현상을 낳은 것이 아닐까하고 결론을 맺었다.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시에 '그렇다면  재산 전액을 배우자에게 준다면 문제가 해소될까?'하는 의문이 슬며시 고개를 처들었다.

 

로버트 패트릭, 미얀마에서 그를 방문했을 때 너댓살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가 대저택 회랑을 뛰어놀고 있었다. 딸이라고 했다. 당시 그는 63세였고 교수라고 들었던 미얀마인 아내는 많아야 30대초반으로 보였다.


그는 우리 일행을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주방 사람들을 내보내고 직접 요리를 하는 호의도 베풀었다. 밤이 이슥해지고 다른 식구들이 잠든 시각이 되자 그는 개구장이의 득의만만한 미소를 띄며 아내 몰래 숨겨놓은 꼬냑을 꺼냈다.

유쾌해진 그가 자신의 개인사를 들려줬다. 7번째 결혼이라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미련없이 떠났다고 했다. 결혼 기간동안 모은 재산과 돈은 모두 배우자에게게 주고 옷 가방 하나만 들고 집을 나왔다는 것이다. 매번...

"굿바이... 트렁크 하나 들고 나왔지 뭐" 오래된 기억이지만 통역은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나는 그의 작품들이 가진 가치를 높이 샀고 한국 전시를 기획했다. 작품들을 선별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비지니스적인 업무는 그의 아내가 주도했다. 그는 가격 책정에도 관여하지 않았다.

최초의 한국 전시회는 성황리에 끝났다. (관련 기사 :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020411/7807023/1

기사에서 내가 했다는 인터뷰 내용은 기자 상상력의 산물이다. 아마 그때부터 언론을 신뢰하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20년이 넘은 지금. '그야말로 진정한 페미니스트였던 것일까?', '아내가 남편의 건강을 염려해 술을 못마시게 한 건 오로지 사랑 때문이었을까?' '그 꼬마는 지금쯤 어엿한 아가씨가 되어있겠지'

이 집 커피 맛이 쓴 건 기분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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