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과 방임 사이
자율은 스스로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
자율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남의 지배나 구속을 받지 아니하고 자기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어떤 일을 하는 일'이라고 나와있다. 반면, 방임은 '돌보거나 간섭하지 않고 제멋대로 내버려 둠'이라고 쓰여있다. 결국 이 둘의 차이는 자기 스스로의 원칙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는 많은 곳에서 자율이란 단어를 접한다. 자율 학습, 자율 배식, 자율 주행 자동차에다 최근에는 코로나를 대비한 자율 방역까지 참 많은 '자율' 속에 살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국가에 걸맞은 좋은 시스템이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혹시?'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스스로의 원칙이 잠시라도 삐끗하는 순간 자율은 방임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자율 학습 시간에 딴짓을 하고, 자율 주행 자동차가 제멋대로 움직이며, 자율 방역을 핑계로 아무렇게나 하고 다닌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자율이 깊게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그만큼 엄격한 통제가 따라야 한다. 군중에게 방임이 아니라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스스로의 원칙을 더 철저히 지키게 되고 자율적으로 돌아가는 선진 사회가 될 수 있다.
방송 토론 프로그램을 보면 대부분이 자율 토론이다. 전체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개별 발언 시간 등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 모두 자율에 맡겨진다. 그런데 가끔 목소리 큰 사람이 자기 말만 옳다고 하고 상대방을 비방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럼 이것도 자율일까? 아니다. 이것은 명백한 방임이다. 이때 사회자의 엄격하고도 철저한 개입과 통제가 필요하다.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은 스스로의 원칙을 어기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자의 엄격한 제어를 기대한다. 말발 샌 패널한테 무시당하려고 토론에 참석한 게 결코 아니다.
이 얘기는 조직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리더가 엄격하게 궤도를 지킬 때 구성원들은 그 안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자율이란 미명 하에 조직원들이 궤도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행동하도록 놔둔다면 그것은 방임을 넘어 방치다.
사회든 가정이든 안팎이 어수선할 때일수록 스스로의 원칙이 잘 지켜지는 자율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철저하고도 합리적인 통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쪼록 자율과 방임 사이를 헤매지 않는 슬기로운 안과 밖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