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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퓨처 Jul 17. 2022

혁신은 충돌에서 시작된다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단어 중 하나가 혁신이 아닐까 생각된다. 혁신을 한자로 풀어보면 가죽 혁(革)에 신(新)이다. 가죽을 새것으로 바꾼다는 뜻인데, 스스로 가죽을 벗기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혁신의 효과가 아무리 위대하다고 해도 스스로 혁신하기에는 너무도 큰 고통이 따른다.


따라서, 대부분의 혁신은 타인 또는 환경 등 타의에 의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때, 타의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나와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 또는 환경과 부딪혀야 한다. 가장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봐줄 사람은 나와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전 직장에서 근무할 때의 이야기다. 내가 속한 연구센터에는 각각 다른 분야를 연구하는 5개 랩이 속해 있었다. 그중에 내가 맡은 랩은 바이오소재를 연구하는 랩이었다. 한 번은 연구센터장님이 5개 랩장들을 불러 '지식 충돌의 장'이란 걸 해보자고 하셨다.


랩별로 수행 중인 과제를 포스터 형식으로 만들어 전시하고, 센터원들이 형식과 절차 없이 질의응답하는 식이었다. 물론, 결과 리포팅도 없고 어떠한 후속 작업도 없다는 전제를 두기로 했다.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기대대로 부담은 없고 얻을 건 많은 자유 토론회가 되었다.  


예를 들어, 우리 랩은 미생물에서 A라는 물질을 만들고 있는데, 혁신적 활용처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얘기했더니 소재 쪽을 연구하는 랩의 연구원이 예상치 못했던 도움을 줬다. A라는 물질의 특성을 잘 들어보더니, 고온에 잘 견디고 가벼우면 배터리 분리막이나 디스플레이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바이오 물질이라면 친환경 프리미엄까지 있다는 것이다.


지식 충돌의 장이 아니었으면 얻을 수 없는 혁신 포인트를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공동 연구팀을 만들어 혁신 과제를 수행했고, 탑 저널인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게재할 수 있었다.


같은 분야를 전공한 연구원들끼리 아무리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도 찾을 수 없었던 아이디어를, 우리는 지식 충돌의 장에서 얻을 수 있었다. 서로 다른 지식들이 자유롭게 충돌하면 세상에 없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낀 것이다.


특히 개발 또는 연구 파트에 계신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본인과 전혀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과 적극적으로 네트워킹하고 소통하라는 것이다.


혁신은 충돌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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