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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퓨처 Apr 07. 2021

창의성은 뚝딱 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창의성이란 단어를 참 많이 듣는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창의성을 기르기 위한 교육법을 개발하고, 회사에서는 직원들의 창의성을 성과에 적용하기 위해 다양한 업무 방식을 도입한다. 그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창의의 상징인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과연 어떻게 하면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을까?   


나는 뭔가를 매우 절실하게 갈구할 때 창의성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인류의 기술 개발 역사를 돌아보자. 석기시대 조상들은 사냥에 대한 절실함으로 돌을 갈아 무기를 만들었다. 기원전 7,000년 경에는 곡물 재배와 가축 사육의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수렵 경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생산 경제의 문을 열었다.


18세기에는 증기와 전기의 발견으로 생산의 개념이 수공업에서 공장형 대량생산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AI, IoT, 바이오 등을 융합하여 사람을 대체하는 로봇, 인공장기, 자율 주행 자동차 등을 개발 중이다. 모두 절실함이 만들어낸 창의적 결과물 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절실할 수 있을까? 그것은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을 때 가능하다. 목표만 뚜렷하면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절실할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세상에 없는 생각을 해내게 된다.


거북선의 경우를 보자. 임진왜란 당시에 왜군은 적군의 배로 뛰어들어 1 대 1 백병전에 능했으며, 조총과 화살 공격이 뛰어났다. 이를 방어하고 우리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은 갑판을 두꺼운 지붕으로 덮는 것이었다. 목표가 뚜렷했기 때문에 절실할 수 있었고 따라서 창의적인 방법을 모두 동원한 결과 세계 최초의 돌격용 철갑 전선인 거북선을 만들 수 있었다.  


일본 교토대 의학부 명예교수인 혼조 다스쿠 박사는 최초로 면역 관문을 발견하고 이를 항암 치료에 활용한 공로로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그가 처음부터 노벨상의 가치를 지닌 결과를 낸 것은 아니었다.


1992년 그는 우연히 새로운 분자를 발견했고, 연구를 통해 이 분자가 면역 관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의 단순한 과학적 발견이 노벨상으로 이어진 이유는, 바로 그가 이 물질을 잘 활용하면 면역 기능을 이용해서 암을 치료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면역 기능으로 암을 치료하려는 노력은 모두 실패했으며 아무도 그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확신을 가지고 절실하게 연구했고, 결국 새로운 분자는 면역항암제로 개발되어 오늘날 수많은 암 환자들을 살리게 되었다. 포기하지 않는 절실함이 노벨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국가가 발전하려면 과학 발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라는 아이들의 창의성을 길러줘야 한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틀에 박힌 제도권 교육보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그것이 절실함으로 이어져 화수분 같은 아이디어를 샘솟게 해야 한다.


세계적인 3D 펜 아티스트이자 31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인 사나고의 작품 전시회를 다녀온 적이 있다. 그는 제도권 교육에서는 그리 성공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본인만의 확고한 목표의식이 있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창의적인 방법으로 3D 펜 아티스트라는 새로운 영역을 창출했다. 그가 계속 제도권 교육 안에 있었다면 지금의 그 자리에 올 수 있었을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마음껏 생각을 펼치고 아이디어를 내뿜게 기회를 주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 아이들에게 창의적으로 생각하라고 말로만 할 게 아니라 그렇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아이들로 하여금 뚜렷한 목표를 하나씩 정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간접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아마도 그 방법은 제도권 교육을 벗어나 교실 밖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회사에도 똑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창의적으로 일하라고 하기 전에 뚜렷한 목표를 줘야 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절실함은 곧 창의적 업무 방식을 잉태시킨다. 생각지도 못했던 기술 도메인이 창조되어 성공적인 목표 달성을 이루고, 이 것이 무한 루프를 이룰 때 업무는 발명이 되고 보고서는 원천 특허가 된다.

 

창의성은 뚝딱 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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