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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퓨처 Apr 06. 2021

대책 없는 긍정은 평화를 가장한 직무유기다

'그 친구는 매사에 긍정적이라 잘 될 거야'. 이런 말을 듣는 사람을 우리는 간혹 본다. 그렇다. 내 주변을 봐도 긍정적인 사람들이 대게 잘 되는 것 같다. 같은 노력을 기울일 때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임하는 게 성공 확률을 높인다는 것은 심리학자도 동의한 내용이다. 어느새 긍정 마인드는 현대인이 가져야 할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그런데, 긍정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조건 긍정적인 것은 위험천만하다. 좋은 의미의 긍정은 우수한 인재, 최고의 전략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이 동반되었을 때의 얘기다. 그런데, 이런 준비도 없이 무턱대고 긍정적이기만 한다면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긍정의 딜레마다.


회사에서 부서를 맡고 있을 때의 일이다. 매주 한 번씩 부서원들로부터 프로그래스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나도 보고받은 내용을 취합, 재구성해서 윗분한테 보고를 드렸다. 그런데, 어떤 부서원은 보고 내용이 늘 긍정적이었다.


비록 뚜렷한 성과는 없지만, '이런 전략을 적용 중이고 중간 결과가 예측대로 나오고 있으며 이 추세라면 얼마 후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라는 식이었다. 처음엔 "잘되고 있군. 마인드도 좋고 일하는 방식도 괜찮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보고 내용이 몇 주가 지나도 거의 똑같은 것이다. 마치 정해진 양식에 복붙만 한 것 같고 날짜만 달랐다. 분명 예측과 다른 결과가 있었을 테고 그렇다면 전략도 바꿔야 하며 따라서 일정 조정도 불가피할 텐데, 계속 잘되고 있다는 거다.


참다못해 어느 날은 한마디 굵게 했다. 분석 기기에서 뽑은 가공하기 전의 데이터를 보자고. 그러자 지금까지 보여온 초긍정 마인드는 온데간데없고 어두운 표정의 당황한 모습만 남았다. 확인 결과 예상과 다른 데이터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전략 수정도 없이 잘되고 있다고만 한 것이었다. 대책 없는 긍정이었다.


이렇게 계속 긍정 모드를 유지할 경우 편한 점이 있다. 새로운 전략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데이터를 깊이 분석할 필요도 없다. 그저 복붙만 하면 된다. 그래서 보통 나태하거나 부주의한 사람들이 긍정 주의자인 듯 보일 때가 있다. 잘 구별해야 한다.   


진정한 긍정은, 가정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서 전략을 짜고 실행에 옮기며 매 순간 좌표를 확인하고 있을 때만 우리 편이다.   


철저함이 뒷받침되지 않는 긍정은 평화를 가장한 방임이자 직무유기다. 이것이 반복되면 건물이 무너지고 배는 침몰할 것이며 조직과 가정은 와해되고 말 것이다.


무조건 긍정적인 게 좋다고 넋 놓고 있거나, 긍정적인 사람을 그냥 믿으면 안 된다.   

대책 없는 긍정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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