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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퓨처 Aug 05. 2022

이직의 이유


대기업을 다니다가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후배를 만났다. 오랜 고민 끝에 선택한 길이라, 밝아 보일 줄 알았던 후배의 얼굴은 정 반대였다. 소주를 연신 들이켜더니 끝내 후회스럽다는 말을 꺼냈다.


대기업에서는 승진 가능성도 높지 않고, 본인이 원치 않는 일도 해야 한다는 게 후배를 힘들게 했다고 들었다. 이직하면서 직급도 높였고 본인 전공과 맞는 포지션으로 갔으니 겉으론 원하는 걸 모두 얻은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얻은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갑자기 불어닥친 불황으로 투자가 얼어붙어 미래가 불투명하고 복지도 예전만 못했다. 스톡옵션을 받았는데 당장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림의 떡으로 보였다.


그런 예상도 못하고 이직을 했냐고 묻자, 후배는 이전 직장에서 일단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했다는 것이다. 그럼 벗어난 걸로 목표 달성은 한 게 아니냐고 하자 후배는 조심스레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예전 박사과정 지도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지금 몸담고 있는 곳에서 성취하지 못하면 다른 곳 어디를 가든 성취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다며 학위를 포기하겠다는 제자에게 하신 말씀이었다. 그냥 공부가 싫어서 핑계 대는  아니냐고 굵직하게 한 말씀 덧붙이셨다.

 

후배는 그냥 일이 싫었던 게 아닐까. 그래서 핑계를 대고 옮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으로는 어딜 가더라도 또 다른 핑계를 찾을 게 뻔하다.


이직하려면 이직하고자 하는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이유가 해소되었을 때 반대급부로 따라올 불편함을 감수할 자신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일이, 회사 다니는 것 자체가 싫어서 핑계 대는 것에 불과하다.  필요한 건 이직이 아니라 휴가 내고 리프레쉬하는 것이다.

  

이직의 이유가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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