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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퓨처 Aug 18. 2022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오늘 소개할 책은 김정운 작가의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이다. 김정운 작가는 심리학 교수 출신의 작가이자 대중 강연가이다. 노후가 보장되는 대학 교수직을 돌연 사직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미술을 배웠다. 귀국 후에는 여수에 살면서 글 쓰고 그림도 그리며 자신과의 내적 대화를 통해 혼자지만 충실한 삶을 살고 있다.


이 책은 '슈필라움'에 관한 이야기다. 독일어로 놀이 (Spiel)와 공간 (Raum)이 합쳐진 슈필라움은 우리말로 '여유 공간' 정도로 해석된다. 정확하게 일치하는 우리말은 없다. 저자는 이 말을 '타인들로부터 방해받지 않는 자기만의 물리적 심리적 공간'이라고 정의하고 그런 곳을 여수 앞바다 끝 섬에 마련했다. 미역 창고로 쓰던 곳을 개조해서 '바닷가 작업실'을 만들고 그곳에서 '슈필라움'을 꿈꾸며 살아온 몇 년간의 이야기를 엮어 책으로 냈다. 반드시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만 나만의 '슈필라움'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저자는 얘기한다.


"아무리 보잘것없이 작은 공간이라도 내가 정말 즐겁고 행복한 공간, 하루 종일 혼자 있어도 전혀 지겹지 않은 공간, 온갖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꿈꿀 수 있는 그런 공간이야말로 진정한 내 '슈필라움'이다."


책은 시선, 불안, 열등감 등 인간의 감정과 심리와 관련된 12개의 키워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각각 정리한 12개의 작은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마음에 와닿는 글 몇 개를 발췌, 요약해 보았다. 불안에 대해 저자는 글로 적고 개념화하라고 얘기한다. 불안이란 막연할 때 더욱 커지고 개념화할수록 작아진다는 것이다.


"공연한 불안에 대처하는 내 나름의 해결책은 걱정거리의 내용을 노트에 구체적으로 적는 일이다. 제목을 붙여 적다 보면 걱정거리는 '개념화'된다. 내 걱정거리의 대부분은 아무 쓸데없는 것임을 바로 깨닫게 된다."


나도 이 얘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막연한 불안감이 있을 때 도대체 무엇이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지를 알기 위해 해당 내용을 적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불안과 걱정이 사라졌다. 이것을 저자는 셀프 '인지 치료'라고 얘기한다. 불안을 개념화했으면, 그 개념들을 '가나다' 순으로 다시 한번 정리해보라고 얘기한다. 이것을 '개념의 개념화', 즉 '메타 개념화'라고 한다. 이렇게 하면 불안의 실체가 더욱 분명해지므로 더 이상 정서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쓸데없는 걱정에서 자유로워야 성공한 삶이라고 얘기한다.


"자주 웃고 잠 푹 자는 게 진짜 성공이다!"


다음은 열등감에 대한 얘기다. 저자는 우리 인생이 자꾸 꼬이는 이유는 '질투'와 '열등감'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열등감을 인간 행동의 중요한 설명 기제로 끌어들인 사람이 바로 알프레트 아들러 (Alfred Adler)이다. 이 아들러의 이론을 대중서로 재구성한 책이 바로 수백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 받을 용기'다. 김정운 작가가 이 책을 직접 감수, 추천했으며 이 책이 그렇게 인기가 많았던 이유는 그만큼 우리 모두가 열등감으로 힘들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얘기한다.   


저자는 열등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을 만드는 것은 가장 게으른 방식이라고 얘기한다. 내면을 향한 칼끝을 바깥으로 향하는 것일 뿐이라는 얘기다. 열등감은 외부로 투사하여 적을 만드는 방식으로는 결코 극복되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유대인의 예를 든다.


"유대인이 위대한 이유는 노벨상을 많이 받아서가 아니다. 인종적 열등감을 풍요로운 상상력의 원천으로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는 가끔 열등감을 해소하기 위해 불특정 다수를 적으로 만드는 사람을 본다. 그것도 모자라 주위 사람들에게 함께 미워하자고 한다. 참 비겁하고 한심한 방식의 열등감 해소 노력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노력으로 본인의 감정을 재구성하는 것인데 말이다.


이 밖에도 저자가 여수 앞바다 끝섬의 슈필라움에서 바라보는 문화심리학적 관점의 이야기들이 특유의 위트있는 필체로 펼쳐진다. 나머지 10개의 주제에 대한 이야기는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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