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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퓨처 Aug 19. 2022

어떻게 살 것인가


5년 전쯤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평소 친분이 있던 교수님이 부탁을 해오셨다. 강의 제목은 '융합시대의 미래 기술과 인재상'이라고 미리 정해놨는데, 꼭 주제에 맞지 않아도 좋으니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강의를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당시 IT 회사에서 바이오 융합 연구를 하고 있던 내가 해당 주제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셨나 보다.


나름 열심히 준비해서 정해진 1시간을 훌쩍 넘기고 쏟아지는 질문에 답까지 하고 나니 거의 두 시간 가까이 지났다. 막 마무리를 하려는데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들었다. "박사과정 학생인데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고 고민도 됩니다. 제 전공이 적성에 맞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이런 제게 도움이 될만한 책을 추천해 주실래요?"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를 추천했다. 부서장 발령을 받고 부담감에 어찌할 줄 몰라할 때 읽은 책이었다. 10여 년 정치 외도를 끝내고 '작가 유시민'으로 돌아와 낸 첫 번째 책이다. 주 내용은 '해야 할 일을 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라'이다. 물론 이렇게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하는 생각도 들고 다소 비현실적인 얘기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이 있긴 있구나' 하는 위안으로도 충분히 책값은 했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나름대로 최대한 즐기면서 회사 생활을 한 것 같다.    


책은 크게 4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1. 어떻게 살 것인가

2. 어떻게 죽을 것인가

3.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4.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


목차에서도 보듯이 '최대한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서 살되 너무 결과에 얽매이지 말 것이며  부정적인 것과 거리두기에도 신경 쓸 것'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을, 작가 유시민이 살아온 과정과 정치인으로서 겪었던 공사다망했던 일들을 예로 들어 특유의 논리적 필치로 풀어낸다. 결국, 작가 자신은 앞으로 하고 싶은 글쓰기를 하면서 살아갈 것을 얘기한다.


마음에 와닿는 표현을 몇 개 인용해 본다.


"삶이 사랑과 환희와 성취감으로 채워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좌절과 슬픔, 상실과 이별 역시 피할 수 없는 삶의 한 요소임을 받아들인다. 이렇게 하면 좌절감, 패배 의식, 상실감, 절망감, 외로움, 자기 비하와 같은 부정적 감정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데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된다."


"지금 바로 여기에서 내 스스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활동으로 내 삶을 채우는 것이 옳다. 그러니 내가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살자.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얽매이지 말자."


"스스로 설계한 삶이 아니면 행복할 수 없다. 그 자체가 자기에게 즐거운 일을 직업으로 삼고, 그 일을 적어도 남들만큼은 잘할 준비를 하라. 열정을 쏟고 싶은 일을 찾은 사람이라면 그 일을 잘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 역시 즐거울 것이다."


모두 주옥같은 표현이고, 지금 나에게 절실한 말들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기 전에 일단 당장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싶다. 지금은 하고 읽고 쓰고 가족과  시간 보내는 게 너무 좋고 행복하다. 25년 사회생활 동안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주변에 뭐가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 돌이켜보면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책을 읽고 공부하고 글을 쓰면서 느낀 점은, 내 속의 생각이 점차 정리가 된다는 것이다. 막연하고 이정표도 없는 네거리에 서있는 것만 같던 마음이 차츰 어느 곳으로 서서히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 기분이다. 그 방향이 어느 곳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적어도 더 이상 어디로 갈지 모르고 방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퇴임하고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재취업한, 최근 3년간의 과정이 내겐 어떤 경험보다 값진 것이었다. 그 과정에 이 책도 한 역할을 한 것 같다. 오랜만에 꺼내 읽은 책에서 다시 한번 화두를 꺼내본다. 어떻게 살 것인가.


작가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란 책이 오랜 시간을 두고 참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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