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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퓨처 Aug 21. 2022

역사의 쓸모


'역사의 쓸모'의 최태성 작가는 학교에서 시험을 위한 역사를 가르치면서 너무 안타까웠다고 한다. 이렇게 배울 점이 많고 현대에도 적용될 만큼 높은 수준의 지식과 간접 경험들이 넘쳐나는 게 역사인데, 기껏 시험 대비로 달달 외우고 끝이라니.


참다못한 교사 최태성은 학교를 그만두고 대중 역사 전도사로 나서게 된다. 온라인이나 유튜브를 통해 대중들에게 진정한 역사의 울림을 전파하고 있다. 이 책도 그런 차원에서 집필했다. 그는 책 서두에 아래와 같이 그 뜻을 표현했다.


"역사의 '쓸모' 보다 역사의 '실체'를 강조하는 접근은 역사로부터 대중을 멀어지게 할 뿐입니다."


"앞서 살아간 수많은 사람의 선택을 들여다보면 어떤 길이 나의 삶을 더욱 의미 있게 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여러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 중 나는 정도전의 이야기에  특히 눈길이 갔다.


작가가 역사에서 찾은 멘토 정도전!

자신의 이름처럼 도전의 연속인 삶을 살다 간 정도전!


정도전은 고려 말기에 그저 그런 지방 향리 집안에서 태어났다. 과거에 급제해 관직 생활을 시작했는데 개혁적인 성향으로 인해 원나라 배척 등의 개혁 정치를 펼치던 공민왕의 총애를 받는다. 어느 날 원나라가 쇠락하여 명나라에 수도를 뺏기고 몽골 지역으로 쫓겨났다. 친명 세력인 정도전은 곧 명의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공민왕이 갑자기 피살된다.


정도전은 세력을 잡은 친원파 권문세력인 이인임으로부터  원나라 사신을 접대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원나라를 배척했던 그는 당연히 명령을 어겼으며 그 죄로 유배를 간다. 시간이 지나도 복직은 되지 않고, 국가는 권문세력의 부정부패로 말세의 상황이 되자 정도전은 후학 양성을 위한 학교를 세우고자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국가의 방해로 수포로 돌아간다.


사실 정도전에게는 약점이 있었다. 어머니에게 노비의 피가 섞여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함께 유배 온 정몽주는 복직이 되었지만 정도전은 다시 조정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이다.  그는 긴 유배와 방랑 생활 동안 비참한 백성들의 상황을 직접 보게 된다. 갖은 전쟁에다 수탈, 그리고 불합리한 조세 제도까지 총체적 난국에 놓인 백성들의 어려움을 조정에 있었다면 결코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결국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고 새 왕조를 세우는 혁명을 꿈꾸게 된다. 혁명을 완수할 힘이 있는 사람을 찾아가는데 그가 바로 이성계이다. 그러나, 이성계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그의 4대 조인 이 악사가 원나라 군사를 막으라는 조정의 명령을 어기고 원나라에 항복을 한 것이다. 그러다가 원나라가 몰락할 때쯤 이성계의 아버지 이자춘이 다시 고려로 귀순한다. 이런 이유로 고려 조정의 관리들에게 이성계는 상당한 거부감이 드는 존재였다.


서로 약점을 가진 두 사람은 의기투합한다. 결국 이성계는 위화도회군으로 조정을 장악하고 조선을 세운다. 조선의 왕이 된 사람은 이성계였지만 그 틀을 다진 사람은 정도전이었다. 한양을 직접 설계한 사람이 바로 정도전이었다. 지도에 그가 선을 그으면 길이 되었고, 흥인지문, 숭례문, 숙정문, 돈의문도 모두 그의 구상이었다. 그는 매우 개혁적이었으며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라는 민본주의를 실천하려 했다.


작가는 정도전의 이야기에서 '대안을 제시한 사람'이라는 교훈을 끄집어낸다.


정도전이 세상과의 불화로 유배를 갔을 때 '나를 몰라보고 이렇게 푸대접을 하다니, 고려 망해라!'라고 하고 패인 생활을 했다면 오늘날의 정도전도 조선도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급변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많은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이 있다. 때론 아무 이유도 없이 불이익을 받기도 하고 때론 공정하지 않은 결과를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다. 그렇다고 그럴 때마다 세상을 탓하고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자포자기한다면 그 자신만 손해일 것이다.


위인은 위기에서 빛을 본다고 했던가? 그럴 때일수록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분석하여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고 과감하게 실천하는 내공이 필요하다.

 

역사에서 현재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책으로, 바쁘고 지친 현대인들에게 일독을 권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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