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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퓨처 Sep 12. 2022

고수의 학습법


고수의 학습법은 지식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리고, 이를 얻기 위한 방법과 활용한 예를 체계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지식은 정보를 흡수해 나름 소화를 하고 이후 말을 하면서 다듬고 글로 쓰면서 점점 정교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말로 하는데 글로 전달할 수 없다면 그건 반쪽자리 지식이라는 것이다.


머리로만 아는 건 제대로 된 지식이 아니며, 이를 다른 사람 앞에서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고 글로 옮길 수 있어야 참 지식이라는 것이다.


"창출로 이어지는 지식이 진짜 지식이다."

"지식을 가진 자가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저자 특유의 송곳 같은 필력으로 지식을 정의하고 있다. 이런 정의에 잘 어울리게 지식을 활용한 사람으로 저자는 세종대왕을 지목했다. 세종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CIO (Chief Information Officer, 최고정보관리책임자)라고 지칭하며 그가 지식을 얻고 활용한 예를 설명한다. 세종은 중국과 이슬람으로부터 새로운 학문을 배우기 위해 사신을 시켜 책을 사 오도록 하여 집현전을 책으로 채웠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 취득은 한글 창제와 수많은 문화, 과학적 성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세종의 위대함은 좋은 인재를 많이 발굴하여 폭넓게 사용했다는 것이다. 장영실의 중용이 좋은 예다. 그의 아버지는 원나라에서 귀화한 사람이고, 어머니는 부산 동래의 기녀였다. 세종은 신하들의 엄청난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를 종 6품인 상의원별좌에 임명하였다. 이런 파격 인사는 신분 제도하에서 자기 능력을 펼치지 못해 절망하던 인재들에게 숨통을 터주고 조선을 다이내믹한 사회로 만드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저자는 세종의 인사 철학을 인용하면서 덕의 중요성도 언급하고 있다.


"인재가 없음을 탓하지 말고, 그들이 나와 같이 일하려 하지 않음을 탓해야 한다."


저자는 지식의 공유와 시너지, 그리고 신진대사를 강조한다. 즉, 풍부한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자주 만나면 그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지식이란 한 사람이 갖고 있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과 공유할 때 시너지가 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고 원활한 신진대사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듯이 지식도 잘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신진대사가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즉, 흡수만 하고 배설을 안 한다면 배탈이 나게 되고, 섭취는 없이 쏟아내기만 하면 그것은 부도수표를 남발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때그때 배운 지식과 아이디어는 메모하거나 글로 옮겨 필요한 것만 편집하고 불필요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지 배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풋과 아웃풋의 관계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저자는 지식의 융합을 강조하면서, 지금은 잡종 강세 시대이며 하이브리드형 인간이 대세라고 주장한다. 한 우물을 파야 한다는 말보다는 깊게 파려면 넓게 파야 한다는 말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접하는 문제들은 갈수록 복잡하기 때문에 통섭이라는 접근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가 서로 모여 자극을 주고받으며 배우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아리스토텔레스, 레오나르도 다빈치, 다산 정약용, 연암 박지원과 같이 여러 분야를 넘나든 사람들을 하이브리드형 인간의 예로 들고 있다.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이다. 주어진 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지는 과정을 통해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다.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진화의 비결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가장 위대한 업적은 '왜?'라는 아이 같은 호기심에서 탄생한다. 마음속 어린아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부디 배움의 원천인 마음속 호기심을 유지하고 발전하길 바란다."


"무언가를 하면 실패를 하게 된다. 실패를 통해 많이 배운다. 정말 중요한 것은 교실에서 배울 수 없다. 그것은 행동하고, 실패하고, 개선해나가면서 배울 수 있다. 바로 그때 지혜를 얻게 된다."


"자연이 근친상간을 싫어하는 이유는 근친상간으로는 열등한 유전자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발전을 위해 개념을 교환할 때도 지적 근친상간을 피해야 한다. 같은 분야에서 일하거나 같은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과 협력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근친상간의 위험이 아주 높다. 다른 분야, 다른 배경,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충고를 구하자."


"내가 생각하는 공부의 최종 목적지는 '공부한 걸 책으로 내는 것'이다."


"난 우아함이란 말을 좋아한다. 우아한 사람을 좋아한다. 내가 생각하는 우아함은 '잘생김+지적+시간'이다. 어린 사람에게 우아하다는 말을 쓰지 않는다. 예쁘기만 하고 지적이지 않은 사람에게도 쓰지 않는다. 우아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조건 중 하나가 바로 시간이다. 어느 정도 성숙미가 있는 사람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단어다. 지식도 숙성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공부에 대한 특별한 비법이나 깜짝 놀랄만한 노하우를 원한다면 이 책은 해당이 없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교과서나 전공에서 배울 수 없는 지식을 어떻게 잘 배워서 내 것으로 만들며, 그것을 성과물로 창출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이다.


제목은 '고수의 학습법'이지만 방법보다는 주로 공부의 중요성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물론, 저자가 생각한 공부 방법과 주요 저자들의 책을 인용한 방법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자세한 공부법 소개는 독자들께 직접 읽을 기회를 드리기 위해 아껴두기로 한다.


한근태 작가는 공학박사이며 대기업 임원을 거친 후 업종 변경을 통해 리더십 컨설턴트이자 작가로 거듭난 분이다. 완전히 다른 두 분야를 경험한 분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도전적 인생, 통섭의 사고, 공부의 의미에 대해 잘 아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경험에서 울어난 지식들이 이 책에 녹아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책을 쓰고 강연을 하는, 정말 열심히 사는 분의 '공부론'을 한번 들어보고 싶다면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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