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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퓨처 Oct 28. 2022

선배와의 저녁 식사


예전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선배와 오랜만에 저녁 식사를 같이 했다. 그분은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퇴임한 후 비교적 작은 회사에서 조그마한 조직을 맡고 있었다. 서슬 퍼랬던 옛날을 떠올리며 푸념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환한 얼굴로 연신 회사 자랑을 했다.


과거 대기업 임원 시절보다 지금이 훨씬 더 행복하다고 했다. 과거에는, 화려한 옷이 입고 싶어 맞지도 않는 옷에 몸을 욱여넣었었다면, 지금은 그리 빛나지는 않지만 내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으니 날아갈 듯한 기분이라는 것이다.

 

맡은 조직이 작으니 자연스럽게 권위를 내려놓고 부서원들에게 다가가 긴밀히 소통하게 되었다고 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친근한 유대관계도 생기고 이젠 부서원들이 개인적인 고민도 상의해온다고 다. 가 알던 과거의 그분이 아니었다. 항상 눈에 힘주고 어깨엔 몸무게보다 무거울 것 같은 견장을  권위주의적인 모습 말이다.


어떻게 그렇게 변하셨냐고 물으니, 퇴임 후 재취업 과정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고 지인들과 소통하면서 많은 걸 깨달았다고 했다. 왜 꼭 사람들은 한번 넘어져야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걸까? 도 예외가 아니었지만, 미리미리 평소에도 한 번씩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말이다.  


선배는 취기가 오르자 분위기를 잡더니 이내 미안하다는 말을 해왔다. 과거 함께 일할 때 조금이라도 서운하게 했다면 용서해달라는 것이다. 진심이 아니었다고. 조직의 뜻을 따르다 보니 본의 아니게 상처 준 것 같다고. 사람은 안 변한다던데 이분은 변해있었다. 사실 살짝 서운한 점이 있었는데 사과를 해오니 내가 더 머쓱해졌다. 우리는 소주 한 잔에 묵은 감정을 날려 보냈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는 언제 상하 조직장 사이었었나 싶을 정도로, 막역한 형님 동생 사이가 되어 있었다.


기억에 남을 선배와의 저녁 식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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