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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퓨처 Nov 06. 2022

우연히 엿들은 어느 인턴의 생각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뒷자리에 앉은 분들의 이야기를 우연히 엿듣게 되었다. 작은 스타트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젊은 분이 친구를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 보였다. 철부지 청춘들의 그냥 그런 상사 뒷담화 정도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어느덧 나도 모르게 귀가 그쪽을 향하고 있었다.


인턴은 처우와 대우도 변변치 않고 미래도 불투명한 현실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다. 친구는, 그렇게 불안하면 그만두고 다른 데를 알아보지 그러냐고 걱정 어린 조언을 했다. 그러자 인턴의 대답이 나로 하여금 책을 덮게 만들었다.

  

"아니야. 여기 온 지 석 달도 안됐는데 옮기면 시간만 낭비한 게 될 거야. 커리어도 이상하게 되고. 이왕 왔으니까 여기서 나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그러면 나중에 더 좋은 곳으로 가기도 쉬울 거야."


이 말을 들은 친구는 역시 너 답다며 "너는 분명히 그렇게 할 수 있을 거야"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아니 이 사람들 뭐지? 며칠 전에 내가 쓴 '커리어 관리에 대해 물어온다면'이란 글을 읽은 건가? 놀랍게도 같은 논리였다. 지금 있는 곳에서 족적을 남기고 인정받는 것이 가장 훌륭한 커리어 관리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슬쩍 그분들 쪽을 쳐다봤다. 그분들은 마치 오래된 숙제 하나를 해결한 듯한 표정으로 수다를 떨고 있었다. 마치 "우리는 세상 부러울 것 하나 없는 사람들이에요"라고 내게 외치는 것 같았다. 그렇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분들은 본인의 삶을 주도하고 있었다. 이보다 더 보람된 일이 있을까?   


시간이 지나도 그분들의 대화가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인턴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타의와 환경에 휘둘리지는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본인의 뚜렷한 철학과 가치관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분 앞날엔 꽃길만 가득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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