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드퓨처 Feb 26. 2023

나를 설레게 하는 것


수고 많았다고 연구소장님께서 오찬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 나는 연구위원으로 근무하면서 두 분의 연구소장님을 모셨다. 전임 소장님은 지장으로, 해박한 지식과 길목을 짚는 매의 눈을 지니셨다. 반면 현 소장님은 덕장으로, 바다보다 넓은 마음으로 연구소원들을 품어 주셨다. 그 자리에 계신 이유를 각자의 스타일로 증명하고 있었다. 두 분이 리딩 스타일은 달랐지만, 후배의 성장을 누구보다 열렬히 응원해 주시는 데는 결을 같이 하셨다.


여러 회사를 거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일을 해봤다. 모두 각자의 스타일이 있었고, 이를 존중해 주면 나 역시 존중받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틀림이 아닌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인간관계의 출발이었다.


열심히 달리다 보니 어느새 리더의 위치에 와 있었다. 부족한 면을 보충하고 잘하는 것은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 그냥 읽기만 하니 금방 잊어버리게 되고 혼자만 알고 있기엔 아까워서 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전공이 아닌 내용으로 강의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 읽고 쓰기의 힘이 얼마나 큰지 실감하고 있다. SNS에 쓴 글이 조회수 7만 회에 육박하고 좋아요 개수가 300개를 넘기도 한다. 다양한 의견을 담은 댓글은 기본이다. 브런치 글도 심심치 않게 다음 메인에 걸린다. 조금씩 읽고 끄적이던 글이 이젠 거의 인플루엔서 수준의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이젠 함부로 쓸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더 공부하게 되고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모두 고 쓰기의 힘이다.    


내 25년 직장 커리어에는 항상 '연구'라는 단어가 따라다녔다. 연구원, 선임연구원, 수석연구원, 연구교수, 연구임원, 연구자문, 연구위원 등등. 거기에 두 개가 더 붙을 태세다. 바로 '작가'와 '강사'이다. 물론 전문 작가와 강사가 볼 땐 애송이겠지만, 난 스스로 대견하다고 생각한다. 나를 설레게 하는 일을 또 하나 만들었고, 그것에 공감해 주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모르는 게 미래인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은 연구하고 읽고 쓰기, 이것이 당분간은 나를 설레게 할 것이라는 거에는 어떠한 의심도 없다.


무언가 나를 설레게 하는 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렇고 그렇게만 살지는 않았다고 자부할 수 있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우연히 엿들은 어느 인턴의 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