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드퓨처 Nov 16. 2022

유시민의 공감 필법


'유시민의 공감 필법'은 [창작과 비평] 창간 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강연에서 유시민이 강연한 내용을 간추려 책으로 만든 것이다. 읽은 내내 바로 옆에서 강의를 듣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유시민 특유의 물 흐르듯 부드러운 논리와 입담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다. 강의 내용은 주로 글쓰기에 대한 것인데, 대표 서적 몇 권에 대해 본인이 읽고 느낀 점을 공감 측면에서 말하고 있다.


책을 읽을 때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작가가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문장 하나하나를 썼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작가와 한 마음이 되며 따라서 책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 한 권을 이런 식으로 읽고 나면 글을 쓸 때도 나의 깊은 감정을 실어 공감을 불러오는 글을 쓸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공감 필법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대한 저자의 강의 내용을 보자.


"하라리 박사는 왜 책 속표지에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라고 쓰지 않고 '어떤 사피엔스가 다른 사피엔스에게'라 썼을까요? 그것은 인간이 지구 행성에 존재하는 여러 종의 생물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며, 하라리 자신도 그 사피엔스라는 종의 한 개체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일 겁니다. 이것이 글쓴이의 의도입니다. 이것을 이해했다면 그전에는 없었던 감정이 일어날 겁니다."


즉, 이스라엘의 어느 저명한 역사학 교수가 일반 독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한 글이 아닌, 어느 사피엔스가 사피엔스의 눈으로 써서 또 다른 사피엔스에게 알리는 인류의 역사라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하고 책을 읽으면 전에 알지 못했던 글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즉, 유발 하라리 박사의 입장이 된다는 것이다.   


같은 책을 보고도 이렇듯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작가 유시민의 매력이자 능력이 아닐까?


요즘 핫한 힐링 소설 속표지에 하라리 박사와 같은 방식의 표현으로 적어보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황보름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에는 '어느 치유가 필요한 사람이 다른 치유가 필요한 사람에게', 장류진의 '일의 기쁨과 슬픔'에는 '어느 일에 찌든 직장인이 다른 일에 찌든 직장인에게'. 이렇게 고쳐보고 나서 다시 소설을 읽어보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글을 쓸 당시의 마음이 그러했다면 말이다.


이밖에도 칼 쎄이건의 '코스모스', '신영복과 창신꼬마 이야기' 그리고 '맹자'와 '유한계급론' 등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되어있다.


글쓰기에 진심인 분, 남들과 다르게 쓰고 싶은 분, 그리고 저자의 마음으로 책을 읽고 싶은 분들께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