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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퓨처 Mar 28. 2021

골프에서 배우는 삶의 교훈

골프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골프를 시작한 지 3년 조금 넘었다. 실력은 멤버들에게 민폐 끼치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다. 3년 전에 골프를 시작하기로 하고 집 근처 연습장에서 개인 레슨을 받았다. 연세가 60도 넘으신 한참 선배님한테 배웠는데 꽤 꼼꼼하고 기초부터 탄탄하게 가르쳐 주셨다. 배우지 않은 걸 미리 한 번 해볼라치면 불호령을 내리시면서 못하게 했다. 기초를 다지고 나가야지 그렇게 서둘러서는 될 것도 안된다는 것이었다. 백번 맞는 말씀이었다.   



옛날 운전을 처음 배울 때, 기아 1단으로 겨우 출발을 배우던 시절이 생각난다. 2, 3단으로 한번 달려보고 싶은 마음에 선생님 몰래 기어 변속을 해본 적이 있었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겨우 7번 아이언으로 공을 맞히는 수준인데 1번 우드로 힘껏 티샷을 날리고 싶었던 것이다. 타이거 우즈가 드라이버샷을 날리는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나도 한 번 해보고 싶었다. 걸음마도 못 뗀 아이가 뛰려고 했던 것이다.


골프는 참 이상한 운동이다. 채로 공을 때리는 종목 중에서, 공 대비 채의 질량 비가 가장 크며, 공을 때리는 채의 면적은 가장  좁다. 즉, 엄청나게 무거운 채를 힘껏 휘둘러서 아주 조그마한 공을 맞혀야 하며, 그것도 정확히 원하는 곳으로 보내야 한다. 채로 공을 맞히는 종목은, 체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채의 무게를 최소화하고, 공을 맞히는 확률을 높이기 위해 공에 닿는 면적을 넓히는 게 일반적이다.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등이 그러하다. 모두 채의 끝이 넓다. 그런데 골프는 반대다. 채는 가장 무겁고 공과 닿는 면적은 가장 좁다. 그래서 이상하다고 한 것이다.    


이런 이상한 운동을 잘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정교한 자세가 필요할까? 말하지 않아도 알 듯하다. 골프의 기본은 스윙할 때 왼팔을 굽히지 말아야 하고 머리를 움직이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둘 중에 하나라도 안 지키면 공을 맞힐 수가 없다. 그래서 기본을 지키면서 작은 채로 공을 맞히는 연습부터 한다. 맞기 시작하면 스윙 각도를 조금씩 늘려가서 궁극적으로 풀 스윙까지 가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마음이 앞선 나머지 기본을 지키지 않은 채 스윙 각도를 마구 늘리고 싶어 진다는 것이다. 타이거 우즈가 자꾸만 떠오르기 때문이다. 골프채의 스윙 높이를 각고의 노력으로 허리까지 올려놨다고 하자. 이제 그 높이에서는 몸이 기억하는 대로 치면 다 맞는다. 그런데 갑자기 스윙 높이를 키높이로 가져가면 어떻게 될까? 몸이 기억한 바가 없으므로 뒤땅을 치게 되고 겨우 만들어 놓은 폼까지 엉망이 된다. 리셋이다.


골프는 거북이처럼 아주 느리게 그리고 정확한 방향으로 다지고 또 다지면서 배워야 한다. 타이거 우즈도 처음엔 7번 아이언으로 공 맞히기부터 시작했다.  


우리의 인생도 골프와 다르지 않다. 조금 할만하다고 해서 눈을 높이고 무리수를 둔다면 바로 리셋될 가능성이 크다. 공든 탑을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뜨리는 건 한순간이다. 그저 열심히 하되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면 된다. 그렇게만 하면 반드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나를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나와 비교하라는 말이 생각난다. 옆에서 드라이버 샷을 펑펑 날리는 사람을 자꾸 보는 순간 내 폼은 망가진다.


다음 주말에 지인들과 오랜만에 골프 약속이 있다. 그래서 오랜만에 연습장에 다녀왔다. 3년 전 꼼꼼하고 엄했던 선생님께 배우던 마음가짐으로 30분 동안 아이언으로 공 맞히기만 했다. 그리고 이제 됐다 싶어 1번 우드로 드라이버샷을 날려봤다. 아직 때가 아닌지 잘 안 맞았다. 다시 아이언으로 스윙 각을 늘려갔다. 그랬더니 제법 잘 맞았다. 골프는 결코 스킵을 허락하지 않는다.  


욕심을 버리고 차근차근 다지고 나가야 하는 골프에서 삶의 교훈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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