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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잘릴지 모르는 임원, 그래도 해봐야 하는 이유

by 로드퓨처

정년 보장 부장이 나을까, 언제 잘릴지 모르는 임원이 나을까?


요즘 부장급 후배들한테서 이런 얘기를 자주 듣는다. “요즘 임원 되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보너스 줄고, 임원 처우도 예전 같지 않고, 성과 압박은 세고, 언제 잘릴지 몰라 불안하다는 거다. 차라리 그냥 부장으로 정년 보장받으며 오래가는 게 낫다고들 한다.


이런 생각, 충분히 이해는 간다. 그런데, 후배들한테 꼭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 리스크가 있다는 건, 그만큼 기회도 있다는 뜻이라는 것을 말이다. 임원이 된다는 건, 단순히 연봉 얼마 더 받는 문제가 아니다. 조직 안에서 더 넓게 보고, 더 큰 방향을 고민하고, 실제로 ‘결정’할 수 있는 자리에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면, 그만큼 내가 만들 수 있는 영향력의 반경도 훨씬 커진다. 물론, 책임도 무겁다. 잘못되면 욕도 먹고, 잘릴 수도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책임을 진다는 게 내가 성장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결정권 없이 반복되는 일만 하다 보면,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할 기회조차 없다.


부장으로 오래 있는 게 진짜 안정일까요? 지금은 정년 보장받으며 안정적으로 간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10년 뒤에, ‘부장’이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 시장에서 나를 알아볼까? 반면, 임원을 경험하면 그 자체가 내 경력의 레벨을 한 단계 끌어올려 준다. 지금 다니는 회사를 떠나더라도, 그 이후 선택지 수준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대기업 C레벨, 스타트업 임원, 컨설팅 고문, 이런 길이 열리는 건 경험의 크기와 권한의 무게 덕분이다.


책임이 커질수록, 진짜 실력이 붙는다. 사실 부장 정도 되면, 일 잘하는 건 기본이고, 조직 안에서도 존경받는 분들이다. 하지만, 그다음 단계는 일 잘하는 걸 넘어서 ‘판을 짜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예산을 짜고, 인재를 뽑고, 전략을 직접 그려서 실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문제들, '조직의 저항, 성과 압박, 리스크 판단'이 결국 나를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든다.


정말 중요한 건, 그런 문제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결국, 조직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임원은 회사가 시켜서 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내가 어떤 리더가 될지 선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조직 안에서 나의 가치관, 리더십 스타일, 판단 기준을 직접 구현할 수 있는 위치니까. 남이 시켜서 결정하는 게 아니라, 내가 내 철학으로 조직을 움직여보는 경험. 이건 연봉으로도, 직급으로도 따질 수 없는 커리어 자산이다.


승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다. 두려움도 있고, 불확실성도 있다. 하지만 그 문턱을 넘지 않으면, 내가 어떤 리더로 성장할 수 있을지 절대 알 수 없다. 당장의 보상만 보고 머무는 대신, 더 큰 판에서 책임지고 결정해 보는 길, 한 번쯤은 걸어볼 만하지 않을까? 후배님들의 도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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