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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좋은 분'의 민낯

by 로드퓨처

회의나 면접, 혹은 심사 자리에서 간혹 다소 날카로운 말이나 차가운 태도로 상대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분들이 있다. 그런 경우 행사가 끝난 뒤 누군가 다가와 조심스레 이렇게 말하곤 한다. “우리 ○○님이요, 원래는 정말 좋은 분이신데 회의 때는 조금 예민하세요. 이해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솔직히, 잘 이해는 되지 않는다. 정말 좋은 분이라면, 상황이나 대상에 따라 달라지지 않고 언제나 좋은 분으로 보여야 하지 않을까?


언행은 내키는 대로 하고, 이후에 누군가를 내세워 대신 변명하게 만드는 것은 결코 옳은 모습이 아니다.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해 놓고 “원래는 안 그런 분이에요”라는 말 한마디로 덮을 수는 없다. 그 순간의 언행이 바로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런 ‘원래는 좋은 분’들이 의외로 우리 주변에 많다. 특히 어떤 지위나 권한을 가진 자리일수록 더 자주 보인다. 하지만 그 자리는 ‘갑의 본성’을 드러내라고 주어진 자리가 아니다. 높은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인품과 배려를 갖춘 판단을 내려달라고 초대한 자리이다. 그 자리는 타인을 평가하거나 지적하는 자리가 아니라, 함께 더 나은 결정을 만들어가는 자리여야 한다.


싫은 이야기를 해야 할 때라도, 나이스하게 말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불편한 진실을 전하더라도 품격 있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좋은 분이고, 그런 사람이 있는 상황은 늘 발전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원래 좋은 분’이 아니라, 그냥 좋은 분을 만나고 싶어 한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좋음’은 진짜가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일관된 태도로 사람을 대할 줄 아는 이들만이, 진정으로 좋은 사람이다. 세상엔 ‘원래는 좋은 사람’은 없다. ‘그냥 좋은 사람’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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