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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비는 비용일까, 투자일까?

by 로드퓨처

예전 직장에서 부서장일 때, 연구원과 고과 면담을 하던 중 인상적인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성과가 크지 않은 연구원에게 실험량도 부족하니 하위 고과를 주겠다고 했더니, 그분이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성과가 없다면, 연구비를 덜 쓰는 게 오히려 회사 입장에선 비용 절감 아닌가요? 그렇다면 저는 중간은 한 것 같은데 왜 하위 고과죠?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연구비를 비용으로 정의한다면 실패한 연구에 투입된 자원은 모두 낭비가 된다. 하지만 연구비를 투자로 본다면, 실패 속에서 얻은 교훈과 데이터가 다음 성과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이 차이는 단순한 회계상의 용어가 아니라, 연구 문화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선택이기도 하다.


나는 연구비를 ‘투자’라고 생각한다. 당장은 성과가 없더라도 데이터와 교훈이 쌓이면 언젠가 결실로 이어진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낭비가 아니라, 명확한 목표와 전략 속에서 실패조차도 의미 있는 자산으로 만드는 것이다. 연구자는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서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당시 면담 자리에서는 연구비의 본질을 설명해 주었고, 고과는 냉정하게 하위로 줬다. 이 연구원에게 상위 평가를 준다면 과연 누가 실패를 무릅쓰고 도전을 하겠는가?


리더의 역할은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만들되, 동시에 ‘책임과 기준’을 잃지 않는 균형을 잡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R&D 리더를 하며 느낀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이 균형을 어떻게 세우느냐였다. 그리고 지금도 나는, 연구비를 단순한 숫자가 아닌 미래를 향한 씨앗으로 바라보려 한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연구비는 비용일까요, 투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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