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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퓨처 Jul 09. 2021

시골집을 바라보는 아들, 아빠의 작품이 되다

그림이 주는 즐거움


4년 전 수원 광교 박물관에서 전시된 그림을 바라보는 아들을 카메라에 담았었다. 스마트폰 갤러리를 구경하다가 이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들어 한번 그려봤다. 그림이 마음에 안 들면 지우고 새로 그릴 수 있는 디지털 드로잉의 힘을 빌렸다.


광교 박물관 전시 그림을 바라보는 아들

그리다 보니 원본 사진과 조금씩 달라지길래 그냥 사진은 무시하고 내 나름대로 그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들의 모습은 최선을 다해 비슷하게 그렸다.


시골집을 바라보는 아들 (로드퓨처 그림)

왼쪽 뒤의 나무와 숲은 아들이 조금 도와줬다. 그림 그릴 땐 자신감이 뿜 뿜, 참 보기 좋다. 평소에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멀리 파란 하늘이 보이고 푸른 숲이 우거진 가운데 기와집이 한 채 있다. 람은 한 명도 안 보인다. 계절은 한여름이나 초가을 정도일 듯하다.


집 안에는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빨간 사과를 산같이 쌓아놓고 이야기꽃을 피울 것만 같다.

그림이 온통 푸른색이라 그런가? 왠지 안 보이는 집안엔  빨간색이 가득할 것 같다.


아들 녀석은 무엇을 저리 유심히 쳐다보고 있을까?

물어봤는데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

아마 뒤에서 사진 찍는 걸 알고 포즈를 취한 게 아닐까?

어려서부터 멋의 감각을 알기 시작한 건지 카메라만 들이대면 한껏 포즈를 취한다.




그림을 그리면 좋은 점이 몇 가지 있다.


오로지 그림 하나에 집중할 수 있다.

따라서 잡생각이 사라진다.

무언가에 몰입했을 때 최고의 즐거움을 느낀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뭔가를 이뤄내려는 도전 의식이 생긴다.

게다가 잘 마무리했을 땐 흔히 느끼기 힘든 성취감도 주어진다.

 

이 세상에 나만의 흔적을 남길 수 있고, 그것을 세상에 알릴 수도 있다.


가장 힘든 마지막 2%까지 채우고 그림을 완성하면 자존감이 대기권을 뚫을 것 같은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하나가 더 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그림을 놓고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열정적인 소통과 공감은 가족을 굳게 연결하는 힘이 된다.

느새 그림은 가족을 이어주는 매개가 된 것이다.


이렇게 그림 그리기는 시작의 설레임에서 도전성취, 그리고 소통의 매개까지 그 역할이 확장되었다.

가족이 무엇을 함께 하면서 마음을 공유한다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다.

우리 가족에겐 그림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얼마 후면 푸른 잎들도 노랑, 빨강으로 물들었다가 낙엽이 되어 떨어지겠지.

그러나 그림 속 푸르름은 계절이 변해도 여전히 그대로다.

그림 속 시간은 항상 멈춰있다.

그래서 모든 그림은 그 자체가 최선이고 최고이다.

최고의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듯이 그림도 최고의 순간을 최선을 다해 그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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