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 나는 퇴사를 고민하고 있었다. 입사 5년 차, 성과도 인정받고 자리도 잡았지만 가슴속 한 구석에 꺼지지 않는 열망이 있었다. 바로 박사학위에 대한 꿈이었다. 나는 한 때 어드미션을 받고도 IMF 경제위기와 집안 사정 때문에 유학을 포기하고 취업을 선택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가 나를 괴롭혔다.
마침내 아내의 응원에 힘입어, 나는 안정된 대기업 연구원의 길을 내려놓고 ‘늦깎이 대학원생’으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퇴직 서류에 사인하던 날, 인사팀 과장님께서 내게 물으셨다. “정말 후회 없겠어요?" 나는 힘차게 “네”라고 대답했다. 그 선택은 내 인생의 진짜 모멘텀이 되었다.
연구실에서 쪽잠을 자며 밤새 실험했고, 장학금을 받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다. 힘들었지만 오히려 행복했다. 이유는 단 하나, 절실한 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꿈꾸던 박사학위를 받았고, 학문적 성취와 산업 현장의 경험, 그리고 조직 리더십까지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돌아보면 내가 원했던 건 단순한 박사 학위가 아니었다.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고, 결과를 책임지는 나만의 커리어를 디자인하는 삶이었던 것이다. 요즘 많은 분들이 퇴사와 이직에 대해 고민한다. 나는 그분들께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세월이 흘러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각오가 되어있는가? 그 정도로 절실한 꿈과 뜨거운 열정이 있는가? 그렇다면 망설이지 말고 실행에 옮길 것을 권하고 싶다. 다만, 이것 한 가지는 꼭 해보시길 바란다. 10년 후, 내가 어떤 모습이길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것이다. 이게 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꿈’은 단순히 현실을 피하기 위한 핑계일지도 모른다.
진짜 커리어 모멘텀은 절실한 꿈을 향한 선택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