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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초심으로, 자리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기 위해

by 로드퓨처

지난 6년은 내 커리어에서 가장 큰 굴곡이자 배움의 시간이었다. 임원으로 승승장구하다 하루아침에 야인이 되었고, 그 과정을 버텨내며 재취업에 성공했고, 또다시 기회를 얻어 지금의 직장으로 이직할 수 있었다. 그 시간을 통해 깨달은 가장 큰 교훈은 “자리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이었다.


처음 임원이 되었을 때 나는 모든 것이 내 능력 덕분이라 착각했다. 동료들의 도움과 조직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음을 망각한 채, 권한은 내 것이라 여기고 책임은 모른 체했다. 하지만 퇴임의 순간, 그리고 야인으로 지낸 시간 속에서 하나하나 되짚어 보고서야 비로소 그 치열함의 무게를 알게 되었다. 그제야 동료들의 소중함을, 그리고 리더란 무엇인가를 새롭게 깨달았다.


어느덧 현 직장에 온 지도 2년 반이 흘렀다. 2023년 3월 첫 출근 날, 나는 이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아, 내가 다시 임원의 커리어를 이어가게 되었구나. 어떠한 경우에도 초심을 잃지 말고 낮은 자세로 주변 분들을 섬겨야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 일상이 관성화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예전의 버릇이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


연구소가 내 능력으로만 돌아간다고 착각하거나, 나 없이는 일이 안 될 것처럼 행동하거나, 모두가 내 뜻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오만이 꿈틀댔다. 혹여 또다시 자리에 대한 감사함을 잊은 채 산해진미에만 취해 있다가, 계산서를 받고서야 정신을 차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지금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매일매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결국 임원의 자리는 끝없는 시험대다. 언젠가 퇴임의 순간은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그날이 와도 담담히 맞이할 수 있도록, 오늘 하루를 마지막처럼 감사한 마음으로 치열하게 보내야 한다. 이런 마음을 담아 후배 임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의 자리는 ‘잠시 맡겨진 것’이지 ‘내 것’이 아님을 명심할 것. 권한은 아껴 쓸수록 커지고, 책임은 많이 질수록 가벼워진다는 것. 무엇보다 자리를 빛내주는 동료들에게 늘 감사할 것. 자리에 대한 감사는 곧 성과로 이어지고, 그 성과가 다시 내일을 열어준다. 그리고 그 선순환이야말로 개인과 조직이 함께 성장하는 길이다.


오늘도 스스로에게 되새긴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라. 자리를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감사함으로 채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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