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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퓨처 Aug 12. 2021

아픔도 추억이 될 수 있을까?


아픔과 추억.

참 어울리기 힘든 단어 둘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아픔이 추억으로 변할 수 있다면 이다. 어떻게 아픔을 추억으로 만들 수 있을까? 단순히 흐르는 시간에 기대 있기만 하면 되는 걸까?

아니, 하나가 더 필요하다. 바로 스스로의 피나는 노력이다.


현실의 아픔을 최대한 빨리 과거로 보내버리자. 그리고 현실에 서서 과거가 되어버린 아픔을 바라보자. 어떤가? 먼 옛날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아픔은 이제 더 이상 아픔이 아니다. 그냥 추억일 뿐이다. 아픔이 추억으로 변한 것이다.


그렇게 간단히 얘기할 게 아니라고? 그럴 수도 있겠다. 그리 쉽게 아픔을 추억으로 만들 수 있다면 사람들은 왜 눈물이 마를 때까지 울어야 하고 고통을 잊기 위해 약까지 먹겠는가? 힘든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조금씩 노력한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아픔을 과거로 보내기 힘들 땐 내가 먼저 미래로 가보는  어떨까? 그럼 아픔은 점점 멀어져 점차 과거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미래로 가는 방법은 타임머신만 있는 게 아니다. 나 스스로 현실에 서서 꿈과 희망을 가득 실은 마음을 미래를 향해 힘껏 던져. 그리고 마음을 따라 열심히 달려보는 거다. 앞으로 펼쳐질 눈부신 미래를 상상하면서 말이다. 이것이 바로 타임머신 보다 더 빨리 미래로 가는 방법이다. 어느덧 꿈을 이룬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아팠기억들은 망각의 터널을 지나 추억이 다. 어디 그뿐인가? 이렇게 쌓인 추억들 노스탤지어가 되어 그때의 향수를 자극할지도 모른다. 아픔이 추억을 넘어 노스탤지어가 되는 순간이다.


우리가 견디기 힘든 일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본능적으로 하는 행동은 그 고통이 평생 계속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착각은 간혹 현실이 된다. 그래서 시간은 미래를 향하지만 마음은 계속 현실에 머물러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몸도 마음도 하루빨리 현실은 과거로 돌리고 무조건 미래로 나가야 한다. 고통을 추억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작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힘든 일과 어려운 상황이 아니라 그것들로 고통받는 우리의 마음이다. 우리는 힘든 일을 당할수록 본능이 아닌 철저히 이성에 기반한 사고와 행동을 해야 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당연히 평생 고통 속에서 괴로워할 일도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고통을 딛고 더 큰 성취를 하고 잃어버렸던 함박웃음도 되찾을 게 틀림없다.

추억을 넘어 노스탤지어가 된 아픔까지 가슴에 품으면서 말이다.


사춘기 때 집안의 몰락, 대입 실패, 아버지와의 갑작스러운 이별 그리고 사회에서 얻은 마음의 병으로 세상 끝에서 방황하던 시절. 나의 대표 추억 목록이다. 지금은 눈곱만큼의 아픔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완연한 추억이 되었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시간에만 의지하진 않았다. 아플 때마다 미래를 향해 꿈과 희망을 던졌고 쉼 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어느 날 돌아보니 모두 추억이 되어있었다.


최근 추억 목록에 또 하나를 추가했다. 작년에 겪은 퇴임 과정의 아픔이다. 정말 많이 아팠다. 그러나 현실은 과거가 되고 미래가 새로운 현실이 되어야 했기에 나는 노력했고 조금씩 미래로 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서서히 추억이 되어가고 있다. 나의 추억 목록엔 아직도 적지 않은 빈칸이 있다. 언젠가 또 다른 아픔이 찾아와 추억으로 갈아입고 빈자리를 채우겠지.


아픔도 추억이 될 수 있다는 , 아름답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말이다. 아무 말 없이 안아주시던 어릴 적 어머니의 품 안을 떠올리게 한다. 어떤 아픔도 눈 녹듯 추억으로 사라지게 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이 내 안에 계속 간직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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