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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퓨처 Aug 21. 2021

스타트업 대표가 투자유치를 위해 알아야 할 점

장점을 빛나게 하는 단점


내가 자문하고 있는 회사에 가끔 스타트업들의 투자 요청이 들어온다. 이때 내 역할은 해당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을 평가해서 회사가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항목은 시장의 확장성, 기술의 혁신성 그리고 대표의 경력과 마인드이다. 물론 그중에서도 기술에 대해 가장 상세히 분석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스타트업 대표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의 장점만을 말한다. 단점이나 개선 포인트 같은 건 거의 말하지 않는다. 투자 유치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보면서 항상 느꼈던 점이다. 대표들 말만 들으면 모두 대박이 나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통계를 보면 창업 후 3년 안에 절반 이상이 사라지는 게 스타트업계의 냉엄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단지 표현만 하지 않았을 뿐 기술의 단점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들이 고의로 숨겼는지 아님 정말 몰랐던지 둘 중의 하나일 뿐이다. 정말 몰랐다면 자격이 없는 것이므로 논외로 하자. 그럼, 나머지는 왜 숨겼을까? 아마도 단점을 드러내는 순간 투자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정말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바로 단점이 있을 때 장점이 더 빛나고 진실돼 보인다는 사실이다. 단점을 말한다는 것은 그만큼 대표가 솔직하고 정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그 대표가 얘기하는 장점은 더욱 믿음이 갈 수밖에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장점 외에 단점이 뚜렷하게 보일 때 오히려 투자 욕구가 더 생긴다. 기술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짐과 동시에 단점만 개선하면 기술이 완성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시장의 확장성만 담보된다면 성공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남은 일은 대표에게 어떻게 단점을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엔 대표에게 모두 맡기기보다는 투자자 측에서 전문가를 붙여주어 멘토 역할을 해줄 수도 있다. 스타트업 대표와 투자자가 한 배를 타게 되는 것이다. 몇 년 후 성공한 스타트업이 되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신소재를 생산하는 스타트업의 프레젠테이션을 본 적이 있다. 다양한 장점 때문에 차세대 혁신 소재로 손색이 없는 기술이었다. 게다가 생산수율도 높다는 것이다.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한 스타트업이니 당장 투자를 결정하고 싶었다. 그런데 뭔가 빠진 게 느껴졌다. 바로 생산성이었다. 수율에 시간이란 지표가 더해지면 생산성이 된다. 아무리 생산수율이 높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리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사업성이 떨이지게 된다. 그래서 생산성은 가장 중요한 지표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프레젠테이션 장표 어디에도 시간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좋은 수치만 보여준 것이다. 시간과 생산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대표는 당황한 표정으로 "사실은 시간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라는 얘기를 그제야 고백했다. 순간 지금까지 들었던 모든 장점들에 대해서도 썩 믿음이 가지 않았다. 개선 전략을 물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단점을 숨긴 데 그치지 않고 개선 전략도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좋은 기술을 갖고 있었지만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도 투자받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어떤가? 단점을 명확히 들어내고 개선 전략을 보여주는 것과 단점은 가린 채 장점만 보여주는 것 중 어느 쪽이 투자자의 주머니를 열게 할 확률이 더 높을까?


난 투자유치 설명회의 목적은, '우리가 이런 좋은 기술을 개발했는데 사업화를 위해서는 이러이러한 단점을  개선해야 하니 투자를 해주면 이를 해결하고 사업화에 한발 더 다가가겠다'라고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것이지, 본인 기술의 장점만을 얘기하며 자랑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기술의 장점 못지않게 단점을 명확히 얘기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장점만을 말한다면 투자자는 단점 찾기에 혈안이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장점마저 과소평가 내지 숨은 단점에 묻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가 솔직할수록 투자자는 대표의 편에서 생각하게 된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본인 기술의 장점 못지않게 단점과 개선 전략을 자신 있고 논리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투자 유치를 위한 첫걸음임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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