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걱정이 많다. 우리 부부가 각자 새로 시작한 일이 잘 될지, 큰아이가 대학 생활을 잘해나갈지, 둘째 녀석이 곧 사춘기인데 잘 헤쳐나갈지 등등.. 솔직히 우리 가족을 둘러싼 모든 게 걱정이다. 사람은 걱정을 먹고 산다고 했던가? 너무 많이 먹어서 탈이 날 정도이다. 50이 넘으니 몸도 예전 같지가 않다. 노화하는 몸과 더불어 마음까지 침체될까 봐 걱정이다.
걱정과 더불어 고민도 한 트럭은 된다. 직장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 중인데 어떤 방향으로 정하는 게 좋을지, 그림을 좋아하는 둘째에게도 누나에게 한 것처럼 예술고 준비를 시키는 게 맞는 건지, 곧 이사를 해야 되는데 짐을 어느 정도까지 줄여야 할지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고민으로 또 고민이다.
그러고 보니 걱정과 고민 사이엔 작지 않은 차이가 있음이 느껴진다. 걱정의 대상은 내 결정 밖의 것이라서 내가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는데 반해 고민은 내가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내가 걱정한다고 한들 되지 않을 일이 될 리가 없고, 반대로 걱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또 될 일이 안될 리도 없지 않은가.
따라서 걱정은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이지만 고민은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단, 여기엔 전제가 하나 있다. 바로 고민 끝엔 반드시 선택과 결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민이 고민으로만 끝난다면 그것은 걱정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게 된다. 물론 모든 결정이 해피 앤딩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비록 결과가 좋지 않은 결정을 한다고 해도 크게 후회할 일은 아닌 듯하다. 적어도 타의에 의해 내 삶이 흔들리지 않는,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걱정은 줄이고 대신 그 자리를 고민으로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걱정은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이며 내 영혼을 재단하고 육체마저 오염시키는 해악인데 반해, 고민은 사고의 범위를 넓히고 결정을 위해 상황을 분석하며, 내 삶을 내가 주도할 수 있게까지 해주니 말이다.
내일도 큰 추위는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리 두껍지 않은 트렌치코트를 입을지, 아님 그래도 겨울인데 입던 대로 패딩 코트를 입을지 고민이다. 밤새 고민해보고 내일 아침 멋진 선택과 함께 힘찬 하루를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