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이란 무엇일까? 남들보다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 돈을 아주 많이 버는 것, 이런 것이 과연 성공일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자리의 높이와 돈의 액수는 끝이 없어서 절대로 만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 높이 더 많이를 외치며 늘 자신을 채찍질할 것이 뻔한데, 그런 상황을 성공이라고 보긴 힘들 것 같다. 늘 남들과 비교하게 되므로 나보다 높이 있거나 더 많이 가진 사람을 보면 그저 우울하기만 할 뿐이다.
그런 면에서 난 성장이란 단어가 참 마음에 든다. 성장이란 무엇인가? 어제 보다 오늘 단 한 가지라도 더 배워 그만큼 성숙해지는 것. 그게 바로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그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고 오직 어제의 나보다 발전한 오늘의 나를 꿈꾸는, 그래서 아주 작은 차이에도 가슴 뿌듯해할 수 있는 그런 것이 바로 진정한 성공이 아닐까? 자주 회자되는 표현이 떠오른다. 나의 경쟁 상대는 지금 내 옆에 있는 동료가 아니라 바로 어제의 나 자신이라고.
돌이켜보면 50년 넘게 살면서 단 하루도 경쟁에서 자유로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점수로 줄 세우는 사회적 분위기에 어릴 때부터 적응해야 했다. 늘 옆 자리 친구보다 성적이 좋아야 했고 절대 점수보다 등수가 훨씬 더 중요했다.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여전히 동기들과 학점을 두고 경쟁해야 했다. 사회에 나가보니 학교와는 또 다른 차원의 경쟁이 기다리고 있었다. 매일매일 채에 걸러지지 않고 살아남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채 구멍보다 큰 덩치를 만들어야 했다. 점점 커지는 채 구멍에도 빠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게 말이다.
소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이런 장면이 있다. 앨리스가 붉은 여왕과 열심히 뛰어가고 있는데, 붉은 여왕이 앨리스에게 말한다.
"제 자리에 있으려면 죽어라 뛰어야 해!"
즉, 죽을힘을 다해 뛰어야만 겨우 제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뜻으로 '붉은 여왕 가설 (Red queen effect)'로 불리며, 생태계의 쫓고 쫓기는 진화학적 원리로 인용되곤 한다.
우리도 어쩌면 앨리스처럼 뛰고 있는 건 아닐까? 남들보다 앞서기는커녕 제자리라도 지키려는 안타까운 모습으로 말이다. 물론 약육강식의 자연계에서는 강한 개체만이 살아남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 인간 사회에까지 진화론의 극한 선택압을 확장하는 건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다.
누가 뭐래도 앞만 보고 꾸준히 전진했던 거북이가 토끼를 이겼듯이 자기 자신을 조금씩 성장시키면서 보람을 느끼고 자존감을 높이는 삶을 사는 것이 결국엔 성공한 인생으로 귀결되리라고 믿는다. 내일도 오늘의 나보다는 단 한 뼘이라도 성장한 모습으로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것이 쌓이면 진정한 성공의 삶을 살았다고 얘기할 수 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