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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퓨처 Nov 18. 2021

산업디자인학과 졸업작품 전시회 관람

주황색 연상 이란 작품을 보고


우리 가족은 지난 주말에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가서 산업디자인학과 선배들의 졸업작품 전시회 구경을 했다.

우리 딸도 몇 년 뒤엔 해야 하니 어떤 작품들이 전시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딸이 신입생인데 졸업하는 선배들을 위해 전시회 도우미 역할을 한다고 해서 구경도 할 겸 다녀왔다.


산업디자인학과는 시각, 공간, 패션, 영상, 제품, UX, UI 등 다양한 세부 전공으로 나뉘는데, 요즘은 전공 간 벽을 허무는 혁신적인 디자인 분야로 점차 진화하고 있다고 다.


얼핏 봐서는 어느 장르인지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잘 와닿지 않는 작품들도 꽤 있었는데, 아마 의 작품을 보는 혜안이 많이 부족해서인 듯하다. 그중에 특히 눈길을 끄는 작품이 있었는데, 딸아이에게 설명을 듣고 보니 모방에서 창조를 이끌어낸 아주 참신한 작품이었다.


바로 아래 보이는 '주황색 연상'이라는 제목의 작품인데,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왕자와 여우와의 대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



소설 어린 왕자 속 어린 왕자와 여우의 대화를 다시 상기해봤다.




사막에서 만난 여우에게 같이 놀자고 왕자가 말하자 여우는 길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안된다고 한다. 그러자, 길들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묻는 왕자에게

여우는 이렇게 말한다.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거야.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고, 나도 너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야.

"나를 길들여 줘..... 부탁이야!"

"만약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여우는 왕자에게 특별한 존재의 소중함을 가르쳐줌으로써, 사실상 소설의 주제를 암시한다.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다시 작품으로 가보자.


위에서 내려다볼 때는 모두 흰색의  즉, 길들여지지 (관계 맺지) 않은 여우들이지만,


눈높이를 낮추어 속을 들여다보면 주황색의 진하기가 각각 모두 다른 여우들로 변해있다. 즉, 관계의 깊이가 주황색의 진하기 정도로 표현된 것이다.




살면서 수많은 인연을 만나고 또 추억을 쌓게 되는데, 어떤 인연은 찐 주황이 되어 기억 속에 새겨지는 반면, 어떤 인연은 그저 그런 흰색으로 잊혀지게 된다. 또한, 나 자신은 타인에게 어떤 색으로 기억될까? 많은 걸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인 것 같았다.


딸아이한테 물어봤더니 일종의 시각 디자인 작품이라고 한다. 이런 식의 컨셉으로 광고, 공간, 무대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딸아이는 중학교 때부터 일찌감치 진로를 정하고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워낙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취미를 전공으로 선택한 딸이 한편으론 부럽기도 다.

하지만 전공이 된 취미가 더 이상 취미일 수는 없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차원이 다른 노력이 필요했는데, 이에 맞서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이 자못 대견스럽기도 했다. 


벌써 대학 1학년 시절도 저물어가는데, 남은 시간 잘 보내고 본인이 원하는 디자이너의 꿈을 이루길 기원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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