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에서 공금 횡령 사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얼마 전에는 한 회사가 일개 직원의 횡령으로 인해 상장 폐지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다.
직원 1명이 회사 자본의 91%인 1880억 원을 횡령한 사건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회사는 그 직원을 믿고 회사 자본의 거의 전부를 맡겼던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회사가 보낸 전폭적인 신뢰에 그 직원은 비수로 답한 격이 되었다. 제3의 감시 체계가 단 한 단계라도 있었다면 대 참사를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여기서 우리는 권한 위임이 신뢰만 갖고는 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즉, 신뢰 외에도 이를 보장할 수 있는 감시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심리학 용어에 감시 시선 효과 (watching-eye-effect)가 있다. 누가 나를 지켜본다고 생각할 때 반사회적 행동은 감소하고 친사회적 행동은 증가한다는 것이다. 가짜 감시 카메라라도 달아 놓으면 범죄 행위가 급격히 줄어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부분의 회사가 보안에 각별하다. 사내에서 취득한 것이라곤 먼지 한 톨도 가져나갈 수 없다. 보안 요원이 24시간 지키고 있으니 아예 딴생각조차 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이렇듯 철저한 감시 시스템으로 부정의 근원 자체를 차단하는 방법이야 말로 오히려 회사와 직원 사이에 신뢰를 쌓는 가장 간단한 방법일 수 있다.
감시와 신뢰. 왠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 같지만 시스템적으로는 이 보다 더 궁합이 잘 맞는 경우를 찾기 힘들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