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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퓨처 Jun 12. 2022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처럼 일해야 하는 이유


이전 직장에서 근무할 때의 이야기다. 대표이사께 신규 프로젝트 기획안을 보고 드렸다. 대표이사께서 내 얘기를 끝까지 들으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준비하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다 좋은데, 하나만 물을게요. 본인 개인 돈으로 하라고 해도 이 프로젝트를 할 건가요? 러면 OK 할게요."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 듯 한 동안 멍했다.


"네, 할 겁니다."라는 말이 선뜻 나오지 않았다. 당시에 내가 다니던 회사는 대기업 중앙 연구소였는데, 새로 오신 대표이사께서 대대적인 프로젝트 및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있었다. 사업부를 선도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면 모두 정리해야 했다. 피바람이 불었던 것이다.


아남기 위해서는 "왜 이 일을 꼭 해야 되죠?"를 넘어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했다. 그것도 철저히 명확한 논리로 말이다. 해당 분야의 기술을 모르는 대표이사께서는 그 논리를 확인하기 위해서 특유의 직관적 화법을 사용한 것이었다.


이후, 나는 일하는 곳과 맡은 업무마다 그때 받았던 질문을 던지곤 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모두 경험해본 나는 대기업에서 더 절실히 스타트업처럼 일해야 하는 이유를 그때 깨달았던 것 같다.


대기업은 개별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임원을 제외한 담당자들에게 큰 책임을 묻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 실패는 데이터 축적을 통한 성공의 발판으로 칭찬받기도 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고 에디슨이 얘기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납득 가능한 이야기다. 실제로 그런 예도 많다.


그렇다고 아무 실패나 성공을 잉태하지는 않는다. 치밀한 기획과 절실한 노력이 합쳐져 2프로를 남기고 아깝게 무너졌을 때, 남은 2프로를 커버할 전략에 대한 혜안을 제시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성공의 어머니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실패도 잘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어떤가? 웬만한 투자금을 유치한 기업이 아니고선 한 번의 실패가 곧 파산일 수 있다. 스타트업 CEO분들을 만날 때마다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다. 직원들 월급날이 두렵다고. 성공을 잉태할 수 있는 좋은 실패도 스타트업에선 배부른 소리일 수 있다. 그만큼 전략 설정에 절실하게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대기업이 절실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적어도 한 번의 실패가 파산까지 불러오는 불안감은 없다는 뜻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내 돈을 투자해서까지 할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분들일수록 더 자주 자문해야 할 질문이. 기업이 지닌 자본력에 스타트업이 가진 절심함이 더해진다면 더 많은 성공 스토리를 써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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