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후 사망 2명(총상/교통사고로 인한 전신화상)
임종 환자 3명(내과중환자실/암병동/회복환자 병동)
코로나 중환자실 2명 - 화상면회
2020년 7월 25일 토요일, 하루 호출을 받은 주요 사례들입니다. 개인적으로 오하이오 주립 대학병원에서 채플린 레지던트로 훈련 때보다는 이곳 미주리대학병원 주말 호출이 적어서 지금까지 여유롭게 주말 근무를 해 왔습니다. 근데, 이날은 아침부터 조짐이 달랐습니다.
오전 8시, 대학병원 주차장에 차를 댈 무렵 삐삐가 울렸습니다. 외과중환자실 SICU에서 온 호출이었습니다. 사무실에 개인 짐을 놓고 부랴부랴 달려간 외과중환자실, 젊은 간호사가 저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교통사고로 전날 실려 온 환자인데, 사고 당시 차에 난 불로 전신 화상을 입어 밤새 사경을 헤매 대 가 조금 전 숨졌다고 했습니다.
병실에는 노부부와 중년 남성과 젊은 여학생 둘이 환자 침대 주변에 서 있었습니다. 환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뒤 수습을 돕기 위해 중환자실 간호부장까지 이미 병실에 와 있었습니다. 간단하게 제 소개를 하고 위로의 말을 전했습니다. 환자의 어머니는 방문해 줘서 고맙다는 의례적인 인사를 뒤로 하고 남편으로 보이는 분과 함께 병실을 나갔습니다. 남은 중년 남성은 아이들의 아버지이자 숨진 여성의 전 남편이었습니다.
병실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망연자실, 할 말을 잃은 채 멍하니 하얀 천에 덮여 있는 망자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선 가족들이 겪고 있는 황망한 감정상태를 스스로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저에게 반응을 보인 전 남편에서 말을 걸었습니다. 그는 울먹이면서 20년 넘게 같이 산 전 부인에 대한 깊은 슬픔을 나타냈습니다. 전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하늘의 위로를 바라는 기도들 함께 드렸습니다. 그리고, 전 남편과 아이들이 가족들과 애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조용히 병실을 나왔습니다.
조금 뒤, 채플린 사무실로 암병동에서 방문 의뢰가 왔습니다. 50대 암환자가 치료가 더 이상 어렵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감정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암병동에서 만난 그녀가 제게 던진 첫마디가 제 마음을 울렸습니다.
"저 죽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죽는 것이 너무 두렵다고 했습니다. 암 치료받느라 최근에 태어난 손자 얼굴도 아직 보지 못했다며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고 울먹였습니다.
감정이 격해지자 숨 쉬는 것도 힘들어졌습니다. 일단, 환자를 조금 진정시키며 함께 심호흡을 했습니다. 코로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쉬는 호흡법을 통해 조금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신앙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어린 시절 엄마로부터 학대받은 이야기부터 예수님을 만나 지금까지 깊은 교제를 나눈 이야기를 소상히 들려주었습니다.
예수님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또 그녀가 예수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야기하면서 그녀는 새로운 용기를 얻는 듯 보였습니다. 호흡도 부드러워지고, 감정도 조금 더 차분해졌습니다.
그녀는 예수님을 믿고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찾아온 암이라는 질병이 이해되지 않았고, 자신을 학대한 엄마가 일찍 죽은 뒤에 말씀대로 그녀를 용서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마음속에 풀리지 않은 분노를 간직하고 살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현실 앞에서 그녀는 길을 잃었다고 했습니다. 그녀의 응어리진 감정이 조금 그녀의 말과 함께 녹아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녀의 손을 붙들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주님, 다시 일어날 힘을 허락해 주소서!"
사무실로 돌아와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휴식도 잠시 곧 외과중환자실 SICU에서 호출이 왔습니다. 이번에는 총상환자가 장기기증을 위해 곧 수술에 들어가는데 가족들을 위로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다시 외과중환자실로 향했습니다. 환자가 살아 있을 때 장기기증 서약을 했기 때문에 그 뜻에 따라 진행되는 수술이었습니다. 병실에는 젊은 여성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그다지 종교적이지 않았지만, 자신과 시어머니를 위해 기도를 부탁했습니다.
남편은 다운타운에서 야간에 일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총격사건에 휘말려 갑자기 죽음을 맞이 하게 됐습니다. 환자의 아내는 어린아이 둘과 앞으로 살아갈 일을 이야기하다가 그만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이윽고, 환자의 어머니와 숙모가 병실로 들어왔습니다.
아들의 죽음이 현실로 다가오기 않지만, 또 다른 생명을 살리고 떠나는 아들이 하늘나라에서 평안을 누리기를 기도했습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슬픔과 비애감이 병실에 가득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환자의 어머니와 아내를 꼭 안아드리고 나왔습니다.
이후에도 몇 건의 임종 호출과 코로나 중환자실에서 환자 가족들과 영상 면회를 주선했습니다. 그리고, 퇴근해 녹초가 된 몸을 잠시 추스르고 차를 한잔 마시는며 이날 만난 환자와 가족들의 이름을 떠올렸습니다. 특히,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고 어린아이 둘과 아침을 맞이하게 될 젊은 엄마의 이름을 부를 때 목이 메었습니다. 하늘의 위로가 제가 만난 모든 분들과 함께 하시길 기도했습니다. 이날 따라 하늘과 호수와 구름과 바람이 퍽이나 무심하게 느껴졌습니다.
아파트 앞 작은 호수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