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무서워할 겨를이 없어요
2020년 9월 10일,
나른 한 오후 코로나 중환자 병동 간호사들이 여담을 나누고 있습니다. 한 간호사가 나를 보더니 10 대 소녀가 입원했는데 엄마도 함께 있다며 방문을 요청했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엄마까지 이 곳에 함께 있을까? 그것도 각자 다른 병실이 아닌 한 병실에...
보호장구를 갖춰 입고 병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마스크와 보호장구 너머로 보이는 환자와 환자 어머니가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었습니다. 이상하다 싶어서 가까이 가서 다시 봤는데 정말로 제가 이미 만났던 환자 가족이었습니다.
이야기는 2 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8월 마지막 주일 당직 근무 때 외상중환자실 SICU에서 호출을 받았습니다. 10 대 소녀가 말에서 떨어서 뇌손상으로 입원 중인데 환자의 엄마가 많이 슬퍼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환자를 직접 만나지는 않고 대기실에 있던 환자의 어머니를 만나서 위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우연하게 대학병원 입구에서 환자의 어머니를 다시 만나 함께 환자 소식을 나누고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환자가 조금 호전돼 다른 병실로 옮기는 과정에 코로나 19 검사를 받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양성 판정을 받고 환자와 어머니 모두 이 곳 코로나 중환자실로 오게 된 것입니다.
다행히 환자의 어머니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 2주간 환자를 돌보며 격리조치를 받았습니다. 환자 어머니에게 두렵지 않으신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목사님, 무서워할 겨를이 없어요. 내직장도, 다른 가족일도, 내 건강도 모두 잊고 지금은 오직 내 딸이 회복되기만 기도할 뿐이에요."
그래도, 환자 어머니가 아프시면 누가 딸을 돌보겠는냐며 격리 기간 환자를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머니 본인의 몸을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다시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병실에서 춤을 춥니다. 다행히 병실 안에 샤워실도 있어서 집처럼 편하지는 않지만 샤워도 할 수 있고요. 그리고, 가족 들와 교회 식구들, 아이들 친구들이 보내주는 편지와 격려 선물들을 받아 보며 힘을 내고 있어요."
이 날도 편지와 음료수 옷 등이 병실로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병실 유리 창문에는 환자의 쾌유를 빌며 친구들이 보내 준 편지와 그림, 사진들이 즐비하게 붙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치어리더팀에서 활동했던 환자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진도 붙어 있었습니다.
사무실에 돌아와 커피를 한 잔 마시는데 귓가에 계속 환자 어머니의 말이 맴돌았습니다.
'딸아이에 집중하느라 두려울 겨를도 없다'
이 땅에 모든 어머니가 이런 상황에서는 똑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여리고 힘없는 여성도 엄마가 되면 달라진다는 말이 사실인가 봅니다. 면 마스크 하나에 의지해 병실에 함께 지내는 어머니의 바람처럼 환자의 딸이 잘 회복되어 다시 학교생활을 시작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