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위한 티타임

타인의 작은 목소리도 들리게 하자

by 박재석

"Tea for the soul"

"당신의 마음을 돌볼 시간입니다. 차 한잔과 함께 휴식을..."


2021년 1월 9일,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주일 밤에 코로나 중환자실에 울려 퍼지는 낭랑한 제 목소립니다. 지난달부터 코로나 돌봄에 지친 프런트 라인 종사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제가 낸 아이디어가 실행됐습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 병원에서 채플린 레지던트로 일하며 배울 당시 새롭게 도입된 돌봄 프로젝트를 제가 가져와 미주리대학병원에 적용한 것입니다.


녹차, 블랙티, 차이 티 등 질 좋은 차를 병원 식당으로부터 제공받아 코로나 중환자 병동과 코로나 일반 병동 의사, 간호사, 치료사, 사무원, 환경미화원에게 대접합니다. 그리고, 제 가족들과 함께 만든 특별한 말씀 통에는 위로가 될 만한 명언들이 적힌 작은 막대기가 들어 있어서 그 막대기를 뽑아 읽어보는 시간도 마련했습니다.


목사가 이런 일까지 하나 싶으시겠지만, 병원 목사에게 스탭을 돌보는 일도 환자나 가족들 돌보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병원에서도 프런트 라인 종사자들을 위해 특별 수당뿐 아니라 마사지,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 등 다양한 복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IMG_7234.jpg



특히 제가 보람을 느꼈던 일은 지난 주일 밤(1/3)에 있었습니다. 밤 11시, 코로나 병동은 낮보다 평온해 보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 치료하지 못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중환자실 한 사무원이 'Tea for the soul' 카트를 보더니 반색을 하며 말했습니다.


"아, 정말 내게 필요한 시간이에요." "지금까지 제 영혼이 계속 소진되고 있다고 느꼈어요."



자신은 커피를 주로 마시는 사람이라 차에 대해선 잘 모른다며 내가 어떤 차를 좋아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래서, 잠을 쫓기를 원하면 블랙티나 차이 티를, 좀 편안한 시간을 가지며 마음을 달래고 싶다면 카페인이 들어 있지 않고 꽃잎 향으로 풍미를 더한 녹차를 마시라고 권했습니다.


그 사무원은 녹차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향기를 맡으며, "아, 정말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병원에서 우리들에게 많은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만, 이건 진짜 우리들이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군요."라며 감사를 나타냈습니다.


그 말을 듣는데 제 마음도 참 밝아졌습니다. 솔직히 밤늦게 차와 물통을 실은 카트를 끌고 병원 복도를 돌아다니는 것이 항상 기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스태프들에게 진짜 필요한 돌봄이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실행에 옮긴 일인데 좋은 반응까지 들으니 정말 보람이 느껴졌습니다.


또 다른 한 간호사는 좀 더 솔직한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주말에 그것도 야간에 일하는 사람들은 주간에 일하는 동료들에 비해 많이 소외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티 포더 솔' 카트가 그런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실, 저만해도 주간에 일하는 중환자실 간호사들은 이름과 얼굴을 다 알지만, 야간에 일하는 그것도 주말 야간에 일하는 간호사들은 누가 누군지 알기가 어렸습니다. 그 시간에 임종을 도와 달라는 콜을 받기 전에는 만날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다른 큰 병원에서는 야간만 담당하는 채플린을 배치하기도 합니다.


모두가 다 힘든 시간입니다.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의사, 간호사, 치료사, 영양사, 운송 요원, 사무원...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병원 안의 어떤 사람의 목소리도 무시되지 않고 들려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 이 어려움 속에서도 하루를 살아 내는 작은 힘이 된다는 사실을 느낀 밤입니다.


어려울수록 나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고통의 목소리를 통해 이웃을 고통을 듣게 될 수 있기를 이 밤도 한 영혼을 귀하게 여기시는 분을 떠 올리며 낭랑한 목소리로,


"Tea for the s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