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드라이버>(2017)

<베이비 드라이버>가 보여준 세 가지 영화적 가능성

by 유월

<베이비 드라이버>를 관람하고 분명하게 느낀 것은, 이 영화가 흔해빠진 액션 영화 중 하나로 단순하게 치부되어선 안 된다는 점이었다. 거의 모든 관객이 느낀 것처럼 특별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먼저, 주인공 ‘베이비’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한다는 점이다. 그는 천재적인 운전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은행 털기와 같은 범죄에 동조하는데, 이런 위험천만한 운전을 감행하는 이유는 박사에게 돈을 갚고, 연인 데보라를 지키기 위함이다. 전자의 이유로 운전을 하는 베이비는 말 그대로 ‘재능 착취’를 당하고 있다. 박사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며 저항의 의지를 가지지 못한 채 거의 반강제적으로 범행에 가담한다. 돈을 갚아나가는 행위조차 그가 직접 하지 못하고 모두 박사의 손에서 이루어진다. 이때의 베이비는 말 그대로 ‘베이비’, 즉 미성숙하고 방황하는 존재다. 후자의 이유로 운전을 하는 베이비는 ‘누군가를 위한’ 운전을 하고 있다. 어머니가 일하던 식당에서 우연히 데보라를 만난 이후, 자신을 괴롭혔던 운전이라는 재능을 비로소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을 위해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제 그는 그가 운전하는 자동차의 방향을 직접 결정하기 시작한다. 멋들어진 자동차 액션 시퀀스들은 베이비의 내면에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다른 사람의 의지에서 벗어나 성장하고자 하는) 방향성이 가시적으로 표출된 의미 있는 장면이 되었다.


두 번째는, 영화음악과 이미지 간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한 것이다. 이 영화에 쓰인 OST는 시각적으로 기억되는 어떤 장면들보다 더욱 강렬하게 기억될 것이다. 그만큼 영화가 흥행하는데 음악의 힘은 대단했고, 기존에 이미지를 뒷받침하기 위한 보조역할만 수행하던 영화음악의 관습을 전복시켰다. 사실 할리우드 영화에서 과거의 대중음악을 시퀀스 안에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에서 먼저 이루어졌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가오갤>을 넘어서, 대중음악을 영화 전면에 내세운다. 이는 음악과 이미지의 관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기존의 제작 관습에 종말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대중음악을 고르는 과정은 오로지 감독의 취향에 의지한다. 이 영화가 보여준 세 번째 가능성이 바로 이것이다. 서사의 한계를 연출자의 개인적인 취향으로 채워나가는 현상이 발현된 것이다. 이는 <베이비>, <가오갤> 뿐만 아니라 최근 개봉한 <레디 플레이어 원>(2018)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연출자가 가지는 대중문화적 취향이 할리우드 영화 속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경향은 사회적으로 개인의 취향이 존중되고 숨은 아티스트들에게 흥행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반면에 할리우드 영화의 영향 아래 획일화된 대중문화를 재생산시킬 수 있다는 부정적인 면도 동시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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