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황홀하게 이미지를 감상한 적이 언제였을까?
<빨강머리 앤>은 1화부터 지금까지 프레임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캐릭터에 관한 깊은 성찰로 원작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을 시도했고
당대 여성성을 반영한 페미니즘적 가치관까지 더해진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사실이지만
나에게 더욱 중요했던 것은 이미지다.
1. 배경과 인물의 조화가 훌륭하여 서양화의 유화를 보는 듯 했고
2. 미쟝센, 의상, 세트 등이 당시의 1890년대를 그리워하게 만들 정도로 탁월했으며
3. 캐릭터의 표정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담는 적절한 클로즈업이 숨막히게 절묘했다.
또한 앤이 내뿜는 (그야말로 쏜살같이 내뿜는) 대사들은
유치하고 지나치게 낭만주의적이며 과잉되게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현실적이다.
이기적이고 냉랭하게 쏘아 붙이는 대사 내면에
누구보다 따듯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앤의 시선이 있는 것을 알기에
밉지 않다.
주근깨에 빼빼 마른 앤을 응원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