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밖으로 나가지 않은지 29일째였다. J는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무료함을 달랠 방법을 고민 중이었다. 폰은 울리지 않은지 20일이 넘었고, 집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배달부뿐이었다. J가 먼저 연락을 하면 사람을 만날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싫었다.
세상에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퍼진 지 20개월이 넘었다. 전염병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외출했고, 기침소리만 들리면 재빠르게 몸을 피했다. 사람들은 모임을 가질 수 없었고, 대중교통에서 대화도 함부로 하지 못했으며, 남이 건든 물건을 만지는 일을 꺼렸다. 전염병이 걸린 사람은 ‘이 시국에 돌아다니는 한심한 사람’이 되었고, 주변인과 지역 주민들에게 민폐를 끼쳤으므로 잔뜩 욕을 먹었다. 그러나 J가 사람을 피하는 이유는 코로나가 아니었다.
정확히 짚어보자면, J는 마스크가 싫었다. 마스크는 갑갑하고 숨을 쉬기 어려웠으며,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입냄새로 가득해졌다. 여름이 되면 땀이 가득 차서 인중으로 흘러내리는 땀방울까지 느껴졌다. 덕분에 J의 피부는 최근 트러블과 여드름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J는 자신이 쓴 마스크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타인이 쓴 마스크가 싫었다.
J는 어릴 때부터 사람을 대하는 일을 어려워했다. 그녀가 8살 때, 새로 사귄 친구들은 그녀에게 같이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J는 그날따라 떡볶이를 별로 먹고 싶지 않았고, 생각한 그대로 답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J의 엄마는 그녀에게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며, 친구들과 같이 떡볶이를 먹으라고 덧붙였다. J는 다음날 피자가 먹고 싶지 않았지만, 피자를 먹자는 친구들의 말에 따라 같이 피자를 먹었다. 그녀에게는 끔찍한 경험이었지만, 친구와 어울리고 온 그녀가 자랑스럽다며 그녀의 엄마는 환하게 웃었다. 엄마의 조언에 틀린 점이 없는 듯, 그날 이후로 친구들은 J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이상하게 사람들은 그녀가 솔직해지면 싫어하고 거짓말을 하면 좋아했다.
J는 상대방이 원하는 답을 하면서 인간관계를 유지했다. 거짓말일지라도 알맞은 답변만 하면 상대는 좋아했고 친구가 되어주었다. 그녀와 있으면 편하다며 칭찬하기까지 했다. J는 그 칭찬이 좋았고 인간관계에도 풀이법이 있다는 것이 다행스러웠다. 그녀의 풀이법은 상대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었다. 상대의 말투, 어조, 목소리 크기를 듣는 것. 상대의 눈빛, 입꼬리, 주름, 근육의 움직임을 보는 것. 세세하게 분석할 수는 없었지만 상대의 반응이 부정인지 긍정인지, 짜증인지 기쁨인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J는 상대가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대화는 피했고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답변만 이어나갔다. 그녀가 피해를 보기는 했지만, J는 그 관계가 칭찬받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마스크는 반응의 대부분인 표정을 숨겼다. 상대의 코도, 입도, 팔자주름도 보이지 않았다. J는 상대가 눈이 휘어질 정도로 강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한 반응을 알아낼 수 없었다. 어떤 답변을 해야 정답일지 알기 어려웠고 결국 한 달 전 큰 실수를 해버렸다.
그날은 J가 친구와 오랜만에 밖에서 식사를 하는 날이었다. 둘은 떡볶이를 먹었고, 거기까진 완벽했다. 식사를 할 때는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맞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식사 후, 둘은 잠시 걷기로 했고 친구는 갑자기 고등학교 때 그 남자애 기억하냐고 물었다. J는 기억한다고 답하며 친구 쪽을 봤으나, 친구의 의도는 마스크에 가려져 있었다. 친구는 그 남자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냐고 물었다. 계속되는 질문에 J는 이상하다는 생각으로 친구 쪽을 가만히 바라봤지만 역시나 아무 반응도 얻어낼 수 없었다. J가 고민 끝에 잘 모르겠다고 답하자, 친구는 한숨을 쉬더니 너는 가끔 어떤 앤지 잘 모르겠다며 자길 친구로 생각하기는 하냐고 물었다. 당황한 J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친구는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J는 방 안에서 그 장면을 수십 번 반복했다. 그때 어떻게 답했어야 했을까. 그런 상황을 한 번이라도 겪어봤더라면, 친구가 의도를 설명해주었더라면, 친구가 마스크만 쓰고 있지 않았더라면... J는 잠에 들 때마다 그 장면을 수십 번 꿈꾸었다. 꿈에서 그녀는 매번 다짜고짜 친구의 마스크부터 벗겼다. 그녀의 표정을 봐야만 했다. 그러나 아무리 마스크를 벗겨도 꿈에서 본 친구의 얼굴은 뭉개진 듯 흐릿했다.
벌써 밖으로 나가지 않은지 29일째였다. J는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무료함을 달랠 방법을 고민 중이었다. 폰은 울리지 않은지 20일이 넘었고, 집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배달부뿐이었다. J가 먼저 연락을 하면 사람을 만날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았다. J는 사람을 대하는 법을 완전히 잊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