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won Sep 28. 2016

눈썹 사이를 좁히면

표정 절제의 그렇고 그런 그런 것

가끔씩 흰 바지를 입을 때, 혹시 엉덩이에 흙이라던지 먼지가 묻어있을까 봐 뒤로 고개를 뒤튼 적이 있습니까?


어느샌가, 제 얼굴을 향해 그런 행동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거울을 통하지 않고서는 저는 제 얼굴을 볼 수 없습니다.


언제부터 제 얼굴이 궁금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진을 위한 치장은 아닙니다. 이빨에 무언가 꼈을까 걱정이 되지 않습니다. 

다행히 제 이들은 오밀조밀 서로를 껴안고 흠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마치 제 성격처럼요.




그래도 전 지금까지 


슬프면 눈썹 미간 사이를 좁히고

기쁘면 목청 높여 여자답지 않다는 핀잔을 들으면서까지 와하하 웃었습니다


오늘 대본 마감을 하면서 한숨을 자연스레 푹푹 내쉬었습니다.

제 몸은 증기 기관차처럼 연기가 어디론가 빠져나가야 하는 구조이니까요


끊임없이 따뜻한 숨을 내쉬다가 문득 왼쪽에 있는 동료를 봤습니다.

그의 입에서는 증기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에어컨 때문에 추워서 그런가

오른쪽도 봤습니다. 서리도 끼지 않았습니다


뒤를 돌아봤습니다. 저보다 몇 살 더 어른인 언니가 있었습니다.

꾹 닫고 있던 언니의 입에서 살짝 연기 비스무리 한게 나왔습니다. 

차가운지 뜨거운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앞에 있던 언니의 컴퓨터는 뿌예졌습니다.

입을 굳게 닫은 채 그녀는 쉴 새 없이 모니터를 소매로 문질렀습니다


고추바람이나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제 얼굴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앞으로 매서운 고추바람도, 뜨거운 증기도

목구멍 안으로 되짚어 넣야겠습니다


어른은 숨을 참아야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브라를 안 입는 너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