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The Last Dance--Understanding Death and Dying, " 의역하자면 "죽음 이해하기"이라는 교양 수업을 들었다.
한국 대학의 음악이나 미술 등 흥미 위주의 교양수업과는 다르게 홍콩대는 다른 과의 전공 수업을 교양으로 듣게 했다 (덕분에 내 성적은... 노 코멘트하겠다).
이 수업은 심리학 그리고 생물학을 융합한 수업이었는데 죽음을 생리적 그리고 심리적으로 접근하는 수업이었다.
당장 생각을 해보자. 우리는 어떻게 죽는가?
이미 답은 알고 있다. 심장마비로 즉사를 할 수도 있고 암으로 오랜 시간 동안 고통스럽게 죽을 수도 있다. 내 주위에는 없지만 한강에서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한 사람도 있다. 대다수는 세월을 거역하지 못하고 천천히 시들어간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바로 땡! 하면서 죽지 않는다.
죽기 마지막 전까지 숨을 쉬고 죽은 후에도 몇 분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실 나는 장례식장을 가본 적이 별로 없다. 예전에 친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갔고 재작년쯤 친척분이 돌아가셔서 잠시 원자력 병원 장례식장을 들렸다가 싸늘한 공기와 침울한 기운에 눌려 고개를 숙인 채 도망 나왔다.
부모님이나 형제자매가 안타까운 일을 당해서 우리가 갑작스레 장례를 치러야 되는 입장이 되면 어떠할까?
바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세 개 정도 생각이 가능하면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은 30-40대 일 것이라고 지래 짐작해본다. 20대 중반에 가까운 나는 정말 먼 나라 이야기다.
내가 들은 <죽음 준비하기> 수업에서는 바로 마지막 숨을 내뱉기 전까지 죽음을 준비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
교수는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 그리고 죽음이 코 앞으로 다가오기 전에 우리가 미리미리 던져야 할 질문들을 물어봤다.
20개 남짓의 질문으로 채워진 종이를 수업 초반에 받았다. 그리고 옆 사람과 그 질문에 대해 같이 답하라고 교수님은 말하셨다.
1. 화장을 원합니까 땅에 묻히기를 원합니까
2. 어디에 묻히거나 화장되기를 원합니까
3. 본인이 원하는 관의 재질은?
4. 본인이 관 안에서 입을 옷은? 이유는?
5. 본인이 원하는 관의 색은?
6. 죽은 본인의 모습은 누가 볼 수 있습니까?
7. 장례식에서는 어떤 음악을 틀고 싶습니까?
8. 장례식에 초대할 사람은 누굽니까?
9. 재산은 어떻게 분배하겠습니까? 기부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0. 뇌사하면 연명치료를 계속하시겠습니까? 기한은 얼마나 하시겠습니까?
11. 기타 등등
"자, 이 항목들은 솔직히 지금은 어린 본인보다 부모님을 위한 질문들입니다. 집에서 같이 의논해보세요."
저 숙제를 남긴 채 교수님은 웅성웅성한 강의실을 빠져나가셨다.
실제로 몇 퍼센트나 저런 어색하고도 무겁고 어려운 대화를 고등어를 앞에 둔 채 부모님과 저녁 밥상에서 나누었을까? 적어도 나는 아직까지 감히 이야기도 꺼내지 못했다.
요새 엄마가 자주 아프셨다. 연세도 그렇게 많지 않으신대 워낙 자주 아프시다 보니 지난 10년 해외에서 혼자 있으면서 항상 내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오늘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도 정말 몸이 아프신 아버지 때문에 걱정을 하고 있었다.
요즘 60세가 예전 60세가 아니기 때문에 정년 퇴직하신 부모님의 소득 걱정부터 엄마 건강까지 걱정이 많다. 친구도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너무나 힘들어했다.
인터넷에서는 "연애하는 법, " "차일 때 대처하는 법" 아니면 "막장 시댁이랑 인연을 끊는 법" 등은 아주 자세히 나와있는데 "어른이 되는 법"은 찾을 수가 없었다.
어른이 되면 당연히 딸려오는 금전적인 문제, 부모님을 부양하는 일들 등은 내 나이에 생각하기는 살짝 이른 문제일 수도 있다 (엄마 아빠가 조금 늦게 결혼하셔서 그런 걸 수도...). 그래서 정말 갓 어른이 된 우리가 이런 문제를 직면하니 참으로 막막하다.
우리나라에 자기 계발서는 넘치고 넘치는데. 왜 어른이 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은 별로 없지?
위안을 주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그런 책 말고.
토플 책처럼 step by step,
어른이 되는 법을 알려주는 책, 지금 내게 아주 절실한 책이다.
예를 들자면
ex) 금전적 문제는
A--> B--> C
A--> B가 안되면 D--> C에 당도했는데 상황이 이러저러하면 F로 해보기
이런 식으로 말이다
준비 없이 어른이 턱 돼버린 것 같다.
운전면허도 연습과 연습을 거쳐서 취득하고 토플도 오랜 시간 준비하는데 왜 누구도 내게 어른이 되는 준비를 하라고 말해준 사람이 없지.
세상에 정답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지도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