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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따따 Oct 20. 2020

인상과 함께하는 의식의 흐름

 
 어색한 여름의  에어컨 바람을 맞으니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인상 쓰면  되는데…… 요즈음의 나는 인상이 사납다, 무표정으로 있으면 싸가지 없게 생겼다, 무섭게 생겼다, 과묵하게 생겼다는 유사 표현을 꽤나 듣는다. 객관적으로 인상이 좋지는 않은가보다. 게다가 입가에 뚫은 피어싱은 크게 한몫한다.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인상이 좋네요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묻지 않은 변명을 해보자면. 학창 시절에는 순한 얼굴에 만만하게 생겨 친구들이 말을 쉽게 붙였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웃는 탓에 경찰서에서 생활하던 시절에도 항상 웃고 다닌다며 인상이 좋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었다. 잠시 마음에 들였던 분도 내게 항상 웃는 낯인데 거기서 미소를  짓는다며  모습이 좋았다고 했다. 또한, 이스탄불에서 집에 초대하고  자꾸 챙겨주는 누르카에게 ‘ 나에게 이렇게 잘해주냐 질문에 항상 웃고 있는 모습 때문이라는 대답도 들었다. <물론 같은 시기에 피곤함에 찌들어 공항에만 들어서면 자주 보안요원들의 표적이 되었지만>  정도 이야기면 정말 좋은 인상이 아닌가.


  23여년을 좋은 인상으로 살았던 내가 인상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날은 작년 가을 즈음이다. 학교로 돌아온 이후 알게  친구들에게 나의 첫인상을 물어보았는데 의외의 말들이었다. 그들은 과묵할  알았다, 무섭게 생겼다, 싸가지 없게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게다가 둔산동의 유흥가에서 술을 먹어본 적이 별로 없으며 클럽을 아직  가봤다는 사실과 동반하여 무섭게 생긴  누나들이 너무 많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럴 때면 ‘네가  무섭게 생겼어라며 말을 자른다. 어째서인가. 오랜 시간  것이라고 생각한 존재가 마치 ‘착각하지마!’라는 안녕을 보낸  같다.  인상이  정도인가. 인성과 성격은 얼굴에서 드러난다는데……


 성격은 모르겠고 인성과 인상이  좋다고 자부하던 나였다.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에 오랜 친구들에게 불만 아닌 불만을 토로하며 위로를 얻어내려던 적도 있다. 그들은 나의 예전 인상을 기억하고 익숙해져 있는 탓인지 나의 성격을 아는 탓인지 혹은  다인지 모르겠으나 ‘그러고 보니 그런  같다라거나 ‘글쎄,  모르겠어라는 말이 돌아왔다.  이후 ‘피어싱을 라는 단골 멘트는 빠지지 않는다.  암내. 피어싱이 무슨 범죄자의 표식도 아니고 그냥 하고 싶으면 하는 미적 표현인데. 그렇지 않은가.



 침대 어딘가에 던져놓은 안경을 찾듯, 인상에 대해 머릿속을 이리저리 헤집어보니 작년  해는 나에게  변화를  특이점이었다. 그만큼 많이 힘들고 외롭고 슬펐던 시간이었다. 그런 시간 속에서 나의 감정들과 방어기제의 합으로 인상이 변화했다고 추측한다. 아니면 어차피 변할 얼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겠어. 이미 변해 버린걸.



   그러고보니 사실 인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던  아니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문득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글을 쓰고 있다.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원래 의식의 흐름이라는  이런 거다. 나의 글을 읽으려면, 나와 친해지려면 이런 의식의 흐름에 적응해야 한다. 그럼 이제 정말 하고 싶은 말을 해볼 참이다.>


 「나와 당신 사이에 있던 선을 넘어 곁을  이들에게 감사한다. 당신들은 나를 존중하고 배려를 해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오랜 시간을 알아  이들만큼이나 편하다. 아마 나의 인상을 보고 단정 짓지 않은 이유겠지. 당신들은 타인의 어느  가지만 보고 호들갑을 떠는 부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태도를 당신들에게서 느끼며 배우고 싶다. 이런 이유로 감사함을 느끼고 있으며  표현하고 싶다.


 ? 나인가? 하는 이들에게 하는 말이니, 그런 생각이 들었으면 정확히 맞다.


 요즘엔 문뜩  번씩 미소를 지어본다. 입꼬리만 올려보기도 하고 거울을 보며 웃어도 본다. 은근한 미소를 지어보는 모양새를 보니, 지금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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