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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따따 Oct 06. 2020

쉬운 땀을 흘리는 건 싫다

 쉬운 땀을 흘리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온천이나 사우나, 더운 날씨로 인해 흘리는 방법과 생각이나 감정, 말에 의해 흘리는 방법. 전자가 되었건, 후자가 되었건 쉬운 땀을 흘리는 것은 싫다. 요가나 집 앞의 갑천을 따라 뛰는, 애써 흘리는 땀과는 다르니까 말이다. 그저 가만히 앉아서도 몸이 끈적이고 축축해지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전자는 그래도 피할 방법이 있다. 날씨가 덥다면 시원한 곳으로 가거나, 공간을 시원하게 만들거나, 하다못해 손풍기나 부채를 이용하면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후자는 다르다. 후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학교 카페 집 식당을 가리지 않는다. 피할 방법도 없다. 그저 이 상황이 어서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것뿐. 나는 긴장을 하거나, 당황하거나, 무언가에 압도당할 때 쉬운 땀이 흐른다. 한마디로 외부에서 주는 예기치 못한 스트레스를 마주했을 때란 말이다. 그럴 때면 손과 발이 먼저 축축해진다. 귀 뒤로 갑자기 샘이라도 터진 양 갑자기 주르륵해버린다. 귀 뒤에서 주르륵한 느낌을 받았다면 이미 콧등에도 스멀스멀 쉬운 땀들이 비집고 나온다. 자신들이 무슨 새싹이라도 된 듯 말이다. 정신을 차려야지 하고 생각을 하면, 혹시 휴지에 수성펜을 가만히 대본 적이 있는가? 대는 순간 까맣고 빨갛고 파란 잉크가 번져나간다. 마치 내 셔츠가 잉크에 닿은 휴지 마냥 번져있다. 제일 최악이지. 쉬운 땀을 흘린 순간이 지나면 정신을 차리면, 집에 가고 싶어진다. 얼른 가서 뽀송뽀송해지도록 애를 쓴 후 맥주나 콜라를 한입 가득 넣어버리고 널브러지고 싶다. 하지만 그럴 일은 거의 내 상상 속에서나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게 제일 비참한 부분이지.
 그렇게 남은 하루를 젖은 휴짓조각이 되어 꾸역꾸역 참아낸다. 난 정말 쉬운 땀을 흘리는 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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