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먹고 갈래요?
이영애, 유지태 주연의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는 참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회자된 대사가 나온다.
라면 먹고 갈래요?
무심히 내뱉은 이영애의 말,
잠시 당황하던 유지태는 그녀를 따라 들어가고 그렇게 연애는 시작된다.
영화 <봄날은 간다> 중
몇년 전 이민기, 정소민 주연의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도 전혀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 같은 두 사람에게 느닷없는 일들이 생긴다.
IT회사 CTO인 남세희(이민기 분)는 '인생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지금처럼 출근하고 퇴근해서 혼자 맥주를 마시며 축구를 보고 고양이와 함께 잠드는 삶... 그렇게 집 안에서 평화롭게 혼자 살다 깔끔하게 가는 것'이 그의 인생 목표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면 사회성에 문제가 있는 수준이고, 여자에게는 털끝만큼의 관심도 없다. 그런 그의 삶에 선을 넘는 일들이 발생한다.
서로 초면에 가까운 남세희(이민기 분)와 윤지호(정소민 분)는 우연히 버스정류장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다 순간적인 감정에 취한 윤지호가 먼저 남세희에게 뜬금없이 키스를 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집주인과 세입자로 만난 두 사람, 남세희는 윤지호에게 이렇게 제안한다.
시간이 되시면 저랑 결혼하시겠습니까?
말도 안되는 분위기에서 무심하게 선을 넘는 주인공. 그러한 '선을 넘는 행위' 이후 예상치 못한 결혼에까지 이르게 된다. 만약 선을 넘는 시도가 없었다면 드라마든, 영화든 펼쳐지겠는가.
연애란, 상대방 '마음의 선'을 넘는 것
나이를 먹도록 제대로된 연애를 못해본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쓸데없이 자신을 지키느라 너무 많은 벽을 만들고, 누구를 만나든 갖은 예의를 지키며 선을 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무리 서로 좋은 감정을 갖게 됐다고 해도 결정타가 없으면 썸만 타다가 끝나기가 쉽다. 선을 넘지 못하면 결국 아무일도 생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연애란 상대방의 영역에 '훅'하고 들어가는 일인데, 선을 넘지 않고 과연 그 속으로 들어갈 방법이 있을까. 연애뿐 아니라 누군가에게 좀더 친밀한 관계가 된다는 것은 수없이 그어놓은 그 선들을 넘나들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선을 넘는 것'에 대해서 경멸하는 말을 내뱉으면서도 마음은 정반대인 사람들이 많다.
상대방이 먼저 선을 넘어 내게 손을 뻗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여자들만 이런 마음을 갖고 있는 게 아니다. 남자들은 의외로 여자의 '훅' 한방에 바로 KO를 선언하는 사람들이 많다.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 그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줬다는 것, 그리고 선을 넘어 오는 것을 싫어할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시쳇말로 '잘생긴 사람이 데시하면 썸, 맘에 안드는 사람이 데시하면 성추행'으로 몰리기 쉽다는 요즘같은 세태에, 남자로서 '여자가 먼저 선을 넘어오는 것'은 가장 안전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선, 어떻게 넘을까
물론 선을 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분위기 파악이 필요하다. 앞선 칼럼에도 언급했든 상대방에게 호감을 갖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즉, 긍정적인 감정계좌를 쌓아놔야 한다. <봄날은 간다>에서든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든 선을 넘기 전에 어느 정도의 공감대 형성과, 감정의 교류가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렇게 어느 정도 상대방에 대한 분위기 파악이 됐다면, 상대의 스타일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생각해보자.
먼저 '라면먹고 갈래요'식 은유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남자가 데이트 후 집 근처에 데려다줬다면,
"데려다 주셔서 감사해요, 조심히 들어가세요"와 같은 뻔한 멘트만 반복할 게 아니라,
"맛있는 커피가 있는데, 차 한잔 하고 갈래요" 처럼 사심을 담은 제안을 해보는 것이다. 이 때 이영애처럼 대수롭지 않게, 순수하게 말하는 것이다. 마치 그 어떤 의도도 있지 않은 것처럼.
둘째, 작은 부탁들을 해보자. 부탁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능력을 인정하는 행위다. 모든 일을 혼자서도 잘 해낼 것처럼 너무 완벽해 보이는 사람에겐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느껴지지 않는다.
부탁을 할 때는 상대방이 가진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해보자. 만약 그 사람이 IT 기기에 밝은 사람이라면, 컴퓨터나 IT기기의 사용법을 알려달라고 한다든가, 차는 없지만 바다가 보고 싶다거나, 내가 쓴 제안서를 한 번 검토해달라든가, 적절한 구실을 만들어 부탁을 해보자.
'부탁'을 받은 입장에서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면 쉽게 거절하기가 힘들다. 또 자신이 그녀에게 인정을 받고 선택을 받았다는 느낌을 은연중에 갖게 된다. 부탁을 하고, 부탁을 들어주는 사이 둘은 자연스레 선을 넘어 '특별한 사이'로 발전할 수 있다.
이 때 상대방이 내 부탁을 들어줬다는 데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그것을 작은 선물 등과 함께 표현해보자. 작은 감사의 표시가 오랫동안 가슴에 기억될 것이다.
'이 사람 나를 좀 두근거리게 하는데?' 셋째, 스킨십을 시도하자.
남자들이 가장 약한 것 중 하나가 '여자의 스킨십'이라고 한다.
외모는 평범한데 남자들이 잘 따르는 사람들을 자세히 보면, 애교 섞인 스킨십에 강한 사람들이 많다.
여자들 입장에서는 꼴불견이고 꼬리치는 것 같지만, 남자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면 재미있는 대화를 하면서 자연스레 툭 건드리고, 장난기 있게 슬쩍 손을 스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너무 과하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 입장에서 "나를 좋아하는 건가?왜 이렇게 두근거리지?"싶어 할 정도로 적당한 여지를 주는 정도면 된다. 그리고 스킨십 이후에는 자신의 행동에 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무심하게 대한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 때 상대방의 반응을 지켜보면, 나 혼자 썸을 타고 있는 건지 상대방도 썸을 타고 있는지를 확실히 알 수 있다. 슬쩍 지나친 스킨십 이후, 상대가 나를 보는 표정이 달라졌거나 좀더 친근하게 연락하거나 다가온다면 확실한 것이다. 이처럼 적당한 스킨십은 상대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고 '심쿵'하게 만들 수 있다.
연애를 하고 싶다면, 너무 예의 차리거나 철벽을 치지 말고
적당한 틈을 내주자. 상대방이 들어올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