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이야기 2편 : 영화
1. 눈이 즐겁고, 귀가 즐겁고, 마음이 즐겁고! 삼박자가 맞아야 그게 영화지!
2. 손이씾 : 손님, 이건 CG세요
3. 버추얼 프로덕션의 세계로
- 기획단계에서 미리보는 최종영상
- 원하는 곳에 데려다주는 마법양탄자 LED 월
4. 용아맥의 뒤를 이을 남돌비
5. 정리: 비주얼과 사운드가 균형있게 성장중
+) 숨은 호박쟁구리를 찾아 질문의 자취를 따라가보세요 (위잉과 개굴로 표시되어 있답니다!)
영화는 종합예술입니다. 좋은 영화는 Visual + Sound + Text 의 밸런스가 완벽해 영화를 보고 나면 눈과 귀 그리고 마음까지 즐겁죠! 사실 영화만 균형의 삼각형을 갖춰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드라마, 게임 등 모든 영상 콘텐츠에서 Visual, Sound, Text는 중요합니다. 그렇다 보니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이 매체의 경계 없이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더 이상 자체 인지필터 없이 만들어진 세계를 볼 수 있게 되었죠.
아래의 사진 중 진짜 키아누 리브스를 골라보세요!
정답은 ‘왼쪽’ 입니다. 오른쪽 키아누는 Unreal Engine 5를 활용해 제작한 디지털 휴먼의 모습입니다! 에픽게임즈가 2021년 12월 공개한 The Matrix Awakens 게임 데모 영상의 일부로 영상에서 실제 배우가 등장한 씬과 디지털 휴먼이 등장한 씬을 구분하기란 어렵습니다. 제작진은 데모 영상 제작기에서 ‘현실이란 무엇인가?’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 이야기합니다. 허구 세계를 만들어내는 일에 적극적으로 기술이 적용되며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점점 흐려지고 있습니다 (위잉).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콘텐츠 제작 방식을 통칭해 버추얼 프로덕션이라 부릅니다. 버추얼 프로덕션은 기술을 사용하여 실시간으로 현실 세계와 디지털 가상 세계를 결합해 영화 제작자들이 실사 제작에서 인물, 배경 등과 상호 작용하는 것과 같이 디지털 프로세스와 상호 작용할 수 있게 지원합니다 (출처: The Virtual Production Glossary). 기존 제작 방식에서 감독과 배우는 편집을 모두 마친 단계에서 시각 효과가 적용된 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즉 영상을 기획하고 촬영할 때까진 최종 영상은 오직 감독의 머릿속에만 존재합니다. 그러나 버추얼 프로덕션이 도입되며 마치 실제 세계를 촬영하듯 기획과 촬영 단계에서 최종 영상에 근접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버추얼 프로덕션의 선두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은 재밌게도 게임 회사 입니다. 세계적인 게임 개발사이자 게임엔진 개발사인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이 게임 제작을 넘어 영화, 드라마, 광고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 제작에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개굴). 콘텐츠 제작은 세 단계로 구분됩니다. 아직 촬영이 이뤄지기 전 기획 단계인 프리프로덕션, 촬영 단계인 프로덕션, 촬영 후 편집 단계인 포스트프로덕션으로 언리얼 엔진의 역할은 프리프로덕션과 프로덕션에서 두드러집니다.
먼저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최종 영상의 시안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본격적인 프로덕션에 들어가기 앞서 시나리오와 콘티를 컴퓨터 상에 구현하는 기술을 프리비즈(pre-visualization)라고 하는데요, 언리얼 엔진 5는 이 프리비즈 작업에 유용합니다. 프리비즈 작업은 콘텐츠 제작에 이미 흔히 사용되어 온 기술입니다. 다만 언리얼 엔진 5는 높은 퀄리티의 프리비즈를 실시간으로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작자는 이제 자신이 구상한 것들을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최종 이미지에 가깝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프리비즈에 언리얼엔진을 활용한 대표적인 작품은 한국의 첫 SF 대작이라 꼽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승리호>가 있습니다. 업동이가 작살을 사용해 우주선을 격추시키는 장면, 복잡한 터널 안에서 우주선끼리 추격하는 장면은 <승리호>의 엑기스라고 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더불어 이 장면들은 100% CG(computer graphic)로만 구현된 장면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렇게 CG가 많이 들어간 장면에선 프리비즈가 특히 중요합니다. CG로 작업되는 캐릭터 또는 배경의 경우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가 되어서야 완전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에서 앞선 제작 단계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발견할 경우 제작자는 막대한 예산과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다. 제작자는 프리비즈를 활용해 CG장면을 미리 구현해봄으로써 이후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습니다. CG가 많이 들어가는 장면 외에도 추격씬과 같이 카메라 동선이 복잡한 장면 등을 미리 구현하는 것 역시 프리비즈로 가능해진 효율적인 콘텐츠 생산 방식이죠.
프로덕션 단계에서 다양한 배경을 구현하기 위해 초고해상도 대형 LED 월(LED wall)과 인카메라 VFX (in-camera visual effect) 장비가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녹색 크로마키 스크린을 배경으로 배우들이 연기하고 후작업으로 배경을 삽입하는 방식이 활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LED 월에 배경을 띄워 놓은 채 촬영을 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인 카메라 VFX 장비의 카메라 모션은 실시간으로 렌더링 되어 엔진에 전달되고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LED 월의 이미지가 변화합니다. 기존의 평평한 영상과 달리 LED 월은 카메라의 움직임에 즉각적으로 반응해 실제와 같은 모습으로 화면에 담기게 되는 것이죠. LED 월은 좀 더 다양한 장르에 활용될 수 있는 버추얼 프로덕션 기법입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서울대작전>은 1998년 서울 풍경을 띄운 LED 월을 배경으로 촬영되었고 그 외에도 광고, 드라마, 영화 촬영에 LED월이 쓰이고 있습니다.
볼거리가 많은 SF영화는 용산 아이맥스(a.k.a 용아맥) 예매 대란을 불러오곤 합니다.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영화관이 있습니다. 바로 남양주현대아울렛 스페이스원 돌비 시네마관(a.k.a 남돌비)입니다.
돌비 시네마는 돌비 비전과 돌비 애트모스가 적용된 프리미엄 상영관으로 최적의 시각적, 청각적 몰입감을 제공하기 위해 설계된 극장입니다. 돌비 시네마가 인기를 끄는 데 기여한 작품으로는 2021년 개봉한 SF 대작 <듄>이 있습니다. 돌비 시네마가 아이맥스에 비교해 가지는 차별적인 강점은 청각적 몰입감을 제공하는 데 있습니다. <듄>의 음악감독은 한스 플로리안 짐머입니다. 한스 짐머는 <라이온 킹>, <덩케르크>, <다크 나이트> 등 수많은 작품의 음악을 담당한 감독으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거장입니다. 한스 짐머의 완벽한 음악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은 용아맥을 찾는 것을 넘어 돌비 시네마를 찾았고 그 결과 2022년 2월 <듄>은 용아맥 재개봉에 이어 돌비 시네마 재개봉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한스짐머가 스폰지밥 무비: 핑핑이 구출 대작전의 음악 감독을 맡았다고 하네요! 정말 귀엽습니다 (위잉).
돌비 애트모스는 객체기반 3D 서라운드 사운드 기술로 관객을 둘러싸는 형태로 스피커를 배치해 입체적인 소리를 제공하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을 통해 관객은 평면적인 소리를 접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 장소에 함께 있는 듯 움직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됩니다. <듄>과 관련해선 우주선의 움직임, 모래 소리가 돌비 애트모스와 만나 극강의 몰입 경험을 만들어냈다는 평을 얻기도 했습니다. 돌비 애트모스는 홈시어터, 차량, 헤드셋 등에 적용되어 개인, 가정 단위에서도 콘텐츠에 청각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구현되고 있습니다.
영상 콘텐츠의 자막은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를 통해 국경을 넘어 전해지게 되었고 비주얼과 사운드는 기술의 발전으로 ‘매우 우수한 수준’에 도달했죠!
이때 매우 우수한 수준이라 하면 비주얼도 사운드도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기 어려워졌음을 의미합니다. 감독이 만든 허구의 세계를 실제처럼 보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놀랍고 즐거운 일입니다. 그러나 문득 섬뜩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영화 <매트릭스>의 네오의 질문처럼 이제 우리는 무엇이 진실인지 구분해 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세계 속에서 우리는 어떤 존재로 남게 될까요?
(위잉) 과연 어디까지 가능할지 기대되면서도 무서울 따름이에요. 존 패드로 감독이 디즈니 영화 <라이온킹> 실사판에서도 애니메이션이 아닌 진짜 영상을 영화 초반부에 집어 넣었는데 관객 아무도 모르고 넘어갔다고 한 게 떠오르네요! 그리고 스폰지밥.. 한스 짐머.. 귀여워..
(개굴) 게임 엔진을 활용해 영화를 만든다는 게 놀라웠어요! 게임의 힘은 어디까지인가 생각했습니다. 더 나아가 언리얼 엔진은 디지털 트윈을 제작하는 데도 사용된다고 해요. 게임의 맵을 만드는 것처럼 현실 세계를 가상에 구현하는 거죠! 아무래도 에픽게임즈 주식을 사야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