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주식도 골프장 타석도….
누가 그랬더라…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라고. 누구나 아무에게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요즘따라 더욱 와닿는 말이다. 머피의 법칙처럼 내가 가는 곳마다 줄이 서 있거나 내가 산 주식만 매일 파란불에 심지어 퇴근하자마자 골프연습장을 가도 풀 타석이다. 게다가 오랫동안 매일 말동무, 술동무까지 해주던 H도 갑자기 해외 파견으로 증발해 버린 상황. (너마저 기다려야 하는 거니)
세상은 그냥 마음같지 않게 흘러가는 것 같다. 어릴 때는 엄마아빠가 램프의 요정 지니 처럼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던’, 그리고 ‘빨리’ 들어줬었다. 하지만 한 살 한 살 내가 자아가 생기고 그닥 스마트하지 않은 지능이 자라면서 원하는 건 얻기 어렵고 세상의 셈과 계산이 참 복잡하다는걸 깨닫게 된다. 그때부터 남들과의 비교가 시작되고 → 자아 비판의 단계를 거쳐 → 최종적으로 현실과 타협하게 되는 ‘좌절 3단계 사이클’을 거치게 된다.
성질도 급하고 걱정도 많아 조급한 나로써는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의 이치다. 모두에게 시간은 유한한데, 뭐든 순서가 있고 기다림 끝에 낙이 온다는 얼토당토 않은 희망 고문들을 하고 사는 것 같다. “어차피 나에게는 그런 큰 행운은 오지 않아”라던지, “열심히 착하게 살면 언젠가는 잘 될거야” 라는 식의 일종의 자기 타협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주어진 시간은 똑같이 유한한데, 날 때부터 너무 다른 출발선 갭차이는 성공 path의 핸디캡이 될 수 밖에 없다.
얼마 전에 시작한 골프도 비싼 값을 지불했지만, 갈때마다 타석이 만석이라 20분씩 기다린다. 나의 유한한 시간을 돈 내고도 마음대로 컨트롤 못하게 되다니(너무 비약인가?). 회사생활을 열심히 해도 내 집 마련 하나 못하는 세상 속에서 투자라도 해 보자며 뛰어든 주식시장은 나를 패대기치고, 내 근무 환경은 더욱 고인물로 향하는 고속열차가 되어 내가 극혐하는 ‘원 오브 뎀’이 되기 직전이다. 일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 또는 정말 성실히 노력 300%하지 않고서야 이 콩크리트 정글(conceret jungle)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애초에 애플 투 애플(Apple to Apple) 비교는 어려운 현실이다. 돈과 연줄, 외모(모두 소두에 8등신일 수는 없잖아) 심지어 운도 마찬가지. 내 힘이나 의지로는 바꿀 수 없는 고정값들은 N/A(non-available) 처리하고 남들보다 내가 가진 +값들을 생각해보자. 나는 꽤 유쾌하고, 주변에 날 찾는 사람들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90% 이상 일치하고, 외모도 이정도면 나쁘지 않고(주관적이니까^.^), 해외경험과 다수 이직을 포함해서 남들보다 정말 다양한 경험도 해 봤다. 그리고 학벌도 회사도 번듯한 편이니 사실 따지고 보면 나도 컴플레인 할 거리가 많지는 않다.
시작점과 환경이 다른 것? 쿨하게 인정하자. ‘나에게 없는 것’ 말고 ‘나만 있는 것’ 을 리스트업 해 볼 필요가 있다. 누가 알아주지 않으면 어떤가, 나는 다른 사람보다 더 재미지게 하루를 보내고, 퇴근후 미드를 때려보며 와인 한 잔 할 수 있는 나만의 루틴도 즐길 줄 안다. 이런 소소한 매력 포인트가 내일의 퀀텀 점프가 될 수는 없지만, 나의 오늘 만큼은 당신의 매일보다 아름다울 수 있다는 쪼매난 자신감은 있다고 믿는다.
(이렇게 퇴근길 박씨는 좌절의 3단계 싸이클을 또 한 번 겪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