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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일기
해바라기씨
표준정규분포에 대한 이해
by
박경진
Dec 30. 2021
느긋한 주말 오후, 테이블에 앉아 해바라기씨
를
집어 먹던 아이가 갑자기 초코볼 하나를 골라 나에게 준다.
-왜? 이거 엄마 먹으라고?
-
얘는 뚱뚱해서 미워.
흠칫.
뚱뚱해서 밉다니.
겨우 여섯 살이 그런 말은 어디서 들은 건지, 딸내미 입에서 처음 듣는 표현에 엄마 좀 속상하다. ㅠㅠ
놀란 맘을 가라앉히고 가만 살펴보니 아이가 집어준 초코볼이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하니 일반적인 해바라기씨 모양과는 조금 다르게 생겼다.
-뚱뚱한 게 미운 거야? 그럼 뭐가 예쁜 건데
?
태연하게 역으로 질문을 해 보았더니, 아이가 한참만에 그릇에서 표준형 해바라기씨를 찾아 집어 들었다.
역시 그런 뜻이었구나.
-그럼, 다른 해바라기씨 모양도 살펴볼까?
얘는 동그랗네?
얘는? 길쭉하네?
얘는? 작고 울퉁불퉁하다.
얘는? 뭐야~
, 진짜 작네~. 아가 해바라기씨인가?
봐봐
, 해바라기씨는 자세히 보면 하나같이 다 다르게 생겼어. 처음 고른 모양도 똑같은 건 딱 그거 하나밖에 없어.
해바라기씨 모양 탐구
-그치만 중요한 건 뭘까? 맛은 다~?
-맛은 다~ 달콤하고 맛있어!
-그렇지! 모양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야. 그냥 다 다른 거지.
다 달콤하고 맛있는 게 중요한 거 아니겠어~?
엄마의 의기양양한 주장으로 뚱뚱한 해바라기씨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사건의 전말을 전해들은 아빠상어(=남편)는 "그래도 인싸가 아싸보다
인기
는 있지." 라며 농을 친다. 철저하게 아싸인 사람이 하는 말이니 진심으로 피식 웃어넘긴다.
살면서 마주하게 될 수많은 평가와 비교. 그것들에서 완전히 초연하게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호연이도 집단의 구성을
수학 시간에 배우는 표준정규분포 곡선의 이미지가 아니라
, 아름다운 구상성단
같은 이미지로 인식하면 좋겠다.
우리는 누구도 인위적인 직선 위에 존재하지 않아.
저 멀리 반짝이는 구상성단처럼
.
하
나하나가 모두 다 반짝이는 별이란다.
(*2021년 6월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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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진
즐겁게 배우고 더불어 성장하고자 합니다. 본업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취미로 글을 짓고 노래를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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