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육아 일기

해바라기씨

표준정규분포에 대한 이해

by 박경진

느긋한 주말 오후, 테이블에 앉아 해바라기씨 집어 먹던 아이가 갑자기 초코볼 하나를 골라 나에게 준다.


-왜? 이거 엄마 먹으라고?

-얘는 뚱뚱해서 미워.


흠칫.

뚱뚱해서 밉다니.

겨우 여섯 살이 그런 말은 어디서 들은 건지, 딸내미 입에서 처음 듣는 표현에 엄마 좀 속상하다. ㅠㅠ

놀란 맘을 가라앉히고 가만 살펴보니 아이가 집어준 초코볼이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하니 일반적인 해바라기씨 모양과는 조금 다르게 생겼다.


-뚱뚱한 게 미운 거야? 그럼 뭐가 예쁜 건데?


태연하게 역으로 질문을 해 보았더니, 아이가 한참만에 그릇에서 표준형 해바라기씨를 찾아 집어 들었다.

역시 그런 뜻이었구나.


-그럼, 다른 해바라기씨 모양도 살펴볼까?

얘는 동그랗네?

얘는? 길쭉하네?

얘는? 작고 울퉁불퉁하다.

얘는? 뭐야~, 진짜 작네~. 아가 해바라기씨인가?

봐봐, 해바라기씨는 자세히 보면 하나같이 다 다르게 생겼어. 처음 고른 모양도 똑같은 건 딱 그거 하나밖에 없어.


해바라기씨 모양 탐구


-그치만 중요한 건 뭘까? 맛은 다~?

-맛은 다~ 달콤하고 맛있어!

-그렇지! 모양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야. 그냥 다 다른 거지. 다 달콤하고 맛있는 게 중요한 거 아니겠어~?


엄마의 의기양양한 주장으로 뚱뚱한 해바라기씨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사건의 전말을 전해들은 아빠상어(=남편)는 "그래도 인싸가 아싸보다 인기는 있지." 라며 농을 친다. 철저하게 아싸인 사람이 하는 말이니 진심으로 피식 웃어넘긴다.




살면서 마주하게 될 수많은 평가와 비교. 그것들에서 완전히 초연하게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호연이도 집단의 구성을 수학 시간에 배우는 표준정규분포 곡선의 이미지가 아니라, 아름다운 구상성단 같은 이미지로 인식하면 좋겠다.


우리는 누구도 인위적인 직선 위에 존재하지 않아.

저 멀리 반짝이는 구상성단처럼.

나하나가 모두 다 반짝이는 별이란다.




(*2021년 6월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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