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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진 Feb 22. 2022

시간 낭비인 독서도 있다

인생은 매우 짧고
그중에서 조용한 시간은 얼마 안 되므로,
그 시간을 가치 없는 책을 읽는 데
낭비하지 말이야 한다.
 -존 러스킨



영국의 비평가이자 사상가 존 러스킨이 남긴 말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낭비'를 참 싫어하는 사람이다.

돈 낭비,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 삶에서 모누수를 막고 일매일 의 성장과 행복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러나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 참 낭비스런  하나에 퍽 진심인데, 그것이 바로 '읽고 쓰는' 행위이다.

(스스로는 절대 낭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합리화도 참 잘하는 성격이라 '읽고 쓰는 것은 나의 지적 자산에 대한 투자, 푹 자고 노는 것 또한 다 내일의 몸 건강 마음 건강을 위한 투자'라고 합리화하는...^^)

나는 이 '읽는다'는 의미를 상당히 넓게 해석하고 있다. 문자 텍스트 비롯하여 2차원 공간에 펼쳐진 그림 물론이고, 귀로 듣는 음원이나 복합적으로 즐기는 영상 콘텐츠일종의 텍스트(기호)다. 아가 기호학에서 정의하는 기호들 외에도 내 언어로 이해와 감상을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들, 즉 인식과 판단이 가능한 모든 것들을 다 '읽을거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웹툰도 읽고, 만화책도 읽고, 끔은 아이돌 음악도 읽고, 디오 방송도 읽고, 유행하는 드라마도 읽고, 티비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영상도 읽는다.

지인들과 수다를 떨면서도 분위기를 읽고 맥락을 읽는다.

주로 침대와 소파에서 뒹굴거리며 열심히 읽는다.

그리고 정리한 생각들을 가끔씩 꺼내어 쓴다.


이렇게 탱자탱자 매일매일 무언가를 읽고 는 나에게도 나름 단호한 기준이 있다.

오늘은 어제와 다른 새로운 것을 읽어야 한다는 것.

읽었을 때 뻔히 아는 것이 또 나오바로바로 스킵다.

도무지 인정할 수 없는 수준을 넘어 눈살이 찌푸려지는 내용이 나오면 그만 읽는다.

참 건방진 독자가 아닐 수 없다.

기실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나쁜 텍스트공부는 된다. 름의 가치가 있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인생은 매우 짧고 그중에서 조용한 시간은 얼마 안 되므로' 너무나 소중한 나만의 시간에 기왕이면 좀 더 좋은 텍스트를 읽고 싶다고 강렬히 소망한다.

그래서 다 만 책이 많다.

뭐 하나를 공부하다가 어느 정도 알겠다 싶으면 금방 다른 주제를 판다.

SNS를 하며 언팔이나 구독 취소도 잘한다.


산만함, 끈기 부족, 불성실, 건방짐...

이런 부정적 키워드가 딸려오는 것은 못내 아쉽고 싫지만,

솔직히 그보다도 낭비가 더 싫다.

그래서 늘 내 취향의 텍스트를 하이에나처럼 찾아다닌다.

그리고 그것을 읽는 데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

(오늘을 또 그렇게 당당하게 낭비한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위대한 예술은 비효율과 낭비 내포한다'고...

(정확히 옮긴 문장은 아니다.)

사실 잘 모르겠다.

나는 내 시간을 보다 당당히 낭비하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이 지독한 합리화를 좀 떨쳐내고 이제는 환상이 아닌 실제 세계에 살고 싶은 것일까.

어려서부터 예술가의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교육자이자 예술가인 부모님을 두었고, 나 또한  지어먹고 동요도 지어먹고 사람이지만,  늘 그랬다.

선미.

삶의 중요한 가치들 가운데 그저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지성과 인성이 결여된 예술가들이 싫었던 것 같다. 아무리 작품이 아름다워도 실제 삶에서는 눈살 찌푸려지는 언행을 일삼는 이들이 성에 취해 거드름을 피우는 모습이 꼴 보기 싫었다는 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모든 예술가가 좋지는 않지만 예뭐든 좋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오래 눈길이 가고 자꾸자꾸 들여다보고 싶어서 한 번 읽고 난 뒤에도 다시 찾아 읽게 되는 들은 다 참 예술적이다.

글이든 그림이든 노래든 영상이든 사람이든.

모두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핑~도는 그런 작품들이다.


시간 낭비는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예술은 하고 싶다.


이 길항을 조절할 역량

이 모순을 극복할 지혜를

가지고 싶다.

예술적인 작품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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