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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진 Jun 26. 2021

어린 왕자에게

영혼의 단짝에게 보내는 편지

<어린 왕자에게>

박경진 작사/조경찬 작곡


1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면 생각이 난다

어디선가 들릴 듯한 해맑은 그 웃음소리


마음이 외로울 때면 네가 너무 그리워져

하나 둘 별을 헤며 너의 모습 그려 본다


만날 수는 없지만 내 맘 속에 사는 친구야

지구별에 다시 와주렴 나를 찾아서


2

을이 아름다운 저녁이면 생각이 난다

저 멀리서 다가오는 나지막한 발자국 소리


가슴이 답답할 때면 네가 너무 보고 싶어

지평선을 바라보며 너의 이름 불러 본다


헤어져서 살지만 내 맘 속에 사는 친구야

초록별에 다시 와주렴 나를 찾아서






2007년 KBS 창작동요대회를 기회로 발표한 노랫말이다.

조경찬 선생님이 곡을 붙여 주셨고, 운 좋게도 대상을 수상하여 지금까지도 많은 아이들에게 즐겨 불리며 매달 내 맥줏값(저작권료 수입...a)을 조달해 주는 효자곡이기도 하다. (가사만 보고 그저 순수하고 맑은 심성의 작사가를 상상하셨다면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 내가 그렇게 생겨먹지 않은 것을 어이할꼬.)


동요로 발표된 곡에는 마지막 줄 '나를 찾아서' 앞에 '사랑하는'이 붙어 있다. 멜로디를 붙이다 보니 작곡가가 리듬감을 고려하여 임의로 가사를 추가해 주셨던 것인데, 가사에 좋은 곡이 붙어 줘서 널리 불리는 것은 그저 감사할 따름이나, 내 입에는 이 부분이 늘 조금 껄끄럽고 어색하다.

노랫말을 쓴 인은 여성이긴 하만,

성별을 굳이 신경 쓰지 않고 일반인 독자 또는 여우의 입장을 생각하며 쓴 가사이기도 하고(생텍쥐페리 원작의 여우는 남성으로 서술된다. 말하자면 영어로 'He'), 무엇보다 '사랑하는 대상'이라고 직접 드러내 놓으니 어딘지 에로스적인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KBS 창작동요대회 발표 시에 성민호라는 남자아이(지금은 어엿한 성인이겠군요. 어디서든 역량을 발휘하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길.)가 래를 불러 주어서 개인적으론 참 고맙고 좋았다.

그런 맥락에서 유튜브 검색 시 상위에 노출되어 있는 참 예쁜 동영상도(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핑크맨창작동요 제작팀 여러분.) 화자가 딱 드러나게 여자아이로 설정되어 있어서, 원작자이자 어린 왕자 덕후로서는 조금 오글거렸다고 한다. ^^a


https://youtu.be/8bRVweGOAo8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사용해 보기로 마음먹고, 지난 창작 활동에 대한 기록도 함께 해 보자고 생각했다.

대학생 시절부터 어언 십수 년간 동요 작사 작곡을 해 왔지만, 일종의 효도 차원에서 부모님의 가업을 이어가는 것이며 (부모님이 30년 가까이 동요 및 가곡 작사 작곡을 함께 해오신 부부 예술가이자 교육자이시다.) 단순한 취미 활동이라고만 여겨 왔다.

솔직히 '예술가'라는 자의식을 가진 사람을 썩 좋아하지는 않아서 스스로 작사 작곡가라는 부캐에 대한 거리두기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다시금 돌이켜 보면 동요를 빼고 나를 말할 수는 없겠더라.

아카이빙이 필요한 참이었는데,

반갑다,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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