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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진 Jun 27. 2021

아기 빗방울의 꿈

자체 콘텐츠 재생산의 현장

<아기 빗방울의 꿈>

박경진 작사•작곡


또르르 아기 빗방울

나뭇잎 미끄럼 타다가

친구들과 시냇물 따라

여행을 떠나요


버들붕어 아가씨 가재 아저씨 안녕하세요

지난여름 만났던 예쁜 그 모습 어디 갔나요

늠름하고 씩씩한 집게발은 어디 있나요


싱그런 물풀, 하얀 조약돌과

숨바꼭질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

다시 보고 싶어요




2012년 서덕출 창작동요제를 통해 발표한 곡이다. 예쁜 아이들이 중창으로 불러 주어서 은상을 수상했다.

소제목을 자체 콘텐츠 재생산이라고 단 이유가 있다.

사실 등단이라기는 뭣하지만 2009년에 환경부에서 주관하는 공모전에 동화를 출품하여 1등 상과 환경부장관상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동화의 제목이 <아리의 여행>이었다.

북극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해 녹아내린 물방울이 남쪽으로 남쪽으로 여행하며 만난 생물들과 다른 물방울 친구들로부터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전해 듣고 안타까워한다는. 다소 뻔하고 교육적인 내용을 담은 그런 이야기였다.

'아리'라는 주인공 물방울의 이름은 당시 서울시에서 막 지정하여 홍보하던 수돗물 이름인 '아리수'에서 따왔다. 한강물의 옛 이름이 아리수라고 하더라. 정권에 대한 호오는 둘째치고 뜻이 제법 괜찮아서 가져다 썼다.

당시 주관 업체인 그린스타트 팀에서 이야기를 간단한 애니메이션 형태로도 제작해 주시고 작품 발표 직후부터 일부 초등학교 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게 보급도 해 주셔서, 초보 작가로선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지만.

설익은 20대 중반의 첫 동화 작품이라 그런다시 볼수록 설정이 조금 인위적이라고 느껴지고, 달랑 이 한 작품 가지고 동화를 쓰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것도 대단히 염치없는 일이 어디 잘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발표', '발행',  '발간'이라는 행위 이전에 얼마나 더 많이 고치고 다듬어야 이런 부끄러움이 사라질는지 불혹을 앞두고 있는 지금까지도 참 어렵기만 하다.


여하튼, 동화 발표로부터 3년 후 이 동화의 내용(물방울이 여행을 하다가 만난 환경 문제 이야기)을 일부 살려서 동요로 만들어 보았다.

산, 우려먹기, 자가복제의 현장이다.





https://youtu.be/-4pUsKE5P30


이 곡은  음악 과서에 수록되다. (엣헴!)

요즘 교과서는 국정이 아니라 검인정이라 과거만큼의 위상은 덜하지만, 그래도 창작자에게 있어서 영광스런 일에는 틀림이 없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이 반영된 2014년도에 천재교육 음악 교과서 2종 중 하나로 출간되었다. 2021년 현재는 한 번 더 개정이 되었는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친정 부모님 두 분이 나름 동요계에서 잔뼈가 굵으신 작사 작곡가셔서 교과서 수록 곡들이 상당히 많으신데, 거기에 비하면야 나는 쪼쪼랩 꼬마지만.)

아무리 검인정 교과서라고는 천재교육 제법 큰 출판사라서, 대한민국 초등생 중 몇 퍼센트 가량은 이 곡을 반 강제로 배우고 불렀을 거라 생각하면 감격스러움을 넘어 조금 숙연한 마음마저 든다.

초등 음악 교과서에 <아리의 여행> 동화 내용도 축약되어 함께 들어가 있어서, 창작 의도 그대로, 노래와 동화를 연계해서 배울 수 있게 꾸며 주셨다. (감사합니다, 판사 담당자님.)


동화는 다시 한 번 손 봐서 제대로 출간하고 싶다. 과연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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