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랫말은 내가 쓰고멜로디는 엄마가 붙여 주셔서 작곡가 김애경 작품으로 발표되었다.(대중가요의 경우 가창자가 좀 더 메인으로 드러나는가 하면, 동요의 경우는 대개 작곡가를 더메인으로 쳐 준다. 작사가는 본선 대회에 얼굴을 안 비춰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라 나름 편한 맛도 있다. 저작권료는 작사나 작곡이나 동일합니다용.)
대학을 막 졸업하고 처음으로 사회에 나가 바쁘게 지내던 시절이었다. 아마 토요일에도 근무를 해야 해서 충남 금산에서 열렸던 본선 대회에는 직접 참석을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린 왕자에게>와 마찬가지로, 이 곡도 노랫말의 바탕이 된 동화책이 있다.일본 작가쿠보 타카시 원작의 <떡갈나무 호텔(かしのきホテル)>이다.
어린 시절 프뢰벨에서 나온 창작동화 전집을 물려받아서 한참을 끼고 읽었더랬다.
어릴 적에는 지금보다도 더 독서광 기질이 있었던 터라, 대여섯 살 무렵부터새벽에 혼자 일어나 거실로 나와서 그림책을 보곤 했다. 그랬다고 한다. 부모님께전해 들은어린 시절 일화들 속에서도 몇 안 되는생생한 진짜 내 기억 안에,참 반짝이는 이 그림책이 있었다.
이 책은 작은 벌레와 새들이 공짜로 묵고 가는 낡은 호텔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초라한 손님과는 함께 묵고 싶지 않다거나 깨끗한 신식 호텔이 좋다거나 하는 저마다의 이유로 밤나무, 자작나무, 단풍나무 호텔로 우르르 떠났던손님들이 지독한 태풍을 겪고 나서 다시금 넉넉한 떡갈나무 호텔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아동 전집류가 흔히 그러하듯 이때 보던 여러 그림책들은 부지불식 간에 누군가에게 또다시 보내지고 잊혀졌지만, 그러고 나서도 (사춘기를 지나며 락과 메탈에 푹 빠져 지내던 긴긴 시간을 뛰어넘어) 동박새, 찌르레기, 올빼미 아저씨의 이미지와 떡갈나무 호텔 이야기는내 마음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성인이 된 뒤에 동요 노랫말을 써 보려고 기억을 더듬던 당시, 책은 이미 절판이 된 상태였고 아무래도 지금보단 인터넷이 덜 활성화된 시대였기에 작품의 정보를 찾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그래서 그냥 옛 그림책에 대한 오마주 정도라고만 여기고 운율에 맞춰 약간은 등장인물들을 변형시킨 채(다람쥐나 무당벌레는 원작에 안 나오더라고요...)노랫말을 완성했다.
여담이지만,
2년 전까지독서 교재를 만드는 연구소에서 근무를했는데, 본사에서는유아 전집물은 다루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프뢰벨에 이 책의 판권 및 재출간 여부를 문의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판권 계약도 이미 종료되었고 재출간 예정도 전혀 없다는 말을 전화를 통해 전해들었을 때, 참 많이 아쉬웠더랬다.
그게 2018년이었다. 그리고 2019년에 우연인지 필연인지 베틀북이란 출판사에서 이 책의 판권을 사서 단행본 출간을 해 주었다. 그 사실을 확인했던 순간의 기쁨도 잊히지 않는다.
지금은 이 책을 여섯 살 난 내 딸아이가 즐겨 읽는다. 수십 년을 거슬러 세대 간의 소통이 가능케 하는 인생의 진리를 담은 책. 원작자인 쿠보 타카시의 말처럼, 동화도 삶의 철학과 진리를 노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