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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진 Aug 07. 2021

미운 마음 버리기

정서 조절 교육법

<미운 마음 버리기>

박경진 작사•작곡


1

친구들과 함께 장난치다가

닥토닥 다투고 나면

   어디선가 미운 마음 내게 들어와

얼굴이 찡그려져요

   그럴 땐 미운 마음 꼭꼭 싸서

창밖으로 버려 봐요

   예쁘게 웃는 얼굴 제일 좋아요

미운 마음 날려버려요


2

장난감 사달라 떼를 쓰다가

엄마한테 혼나고 나면

   나도 몰래 화난 마음 찾아들어와

얼굴이 찡그려져요

   그럴 땐 화난 마음 꼭꼭 싸서

창밖으로 버려 봐요

   환하게 웃는 얼굴 제일 좋아요

화난 마음 날려버려요







2017년에 개최된 제8회 병아리 창작동요제에서 발표한 곡이다. 동요 창작 경력 중 세 번째로 대상을 받은 곡이기도 하다.


이 곡의 노랫말은 일 년 전쯤 있었던 가족 식사 모임에서 당시 5살 난 조카 윤서를 보며 아이디어를 얻었다.

큰집 식구들과 함께했던 식사 자리다. 아빠와 큰아빠는 친가 쪽 7남매 가운데 유일한 남자 형제인데,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데다가 일찍 아버지(나의 할아버지)를 여의고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셔서, 큰아빠가 말 그대로 가장이 되어 어린 나이부터 궂은일을 도맡아 하시며 아래 동생들을 건사하셨. 부모님 신혼살림도 큰집과 합가 하여 방 한 칸에서 시작고, 나도 4살 때까진 사촌 언니 오빠와 한 집에서 부대끼며 살았으니, 나에게도 큰집 식구들느 친척들 이상으로 참 각별하고 고마운 존재이다.

이제는 큰집의 언니 오빠, 우리 집 삼 남매가 각기 장성하여 독립도 하고 했지만, 어른들 생신 때는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 함께 축하를 드리는 것이 가족의 루틴이었다. 아마도 큰엄마와 엄마의 합동 생신 파티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두 분의 생신이 마침 딱 하루 차이라  합동으로 생신 파티를 치르곤 했다.) 식사 중에 조카 윤서가 뭔가 불편한 것이 있었는지 칭얼대기 시작했다.

이때 등판한 존경하는 우리 형부! 어디서 따로 배우신 것인지, 아니면 사촌언니네만의 정서 조절 교육법인지, 조곤조곤 아이의 마음을 받아주시고는 미운 마음을 휴지 뭉치듯이 꼭꼭 싸서 밖에다 버리고 오자며 조카를 데리고 바람을 쐬러 나가시는 것이 아닌가!

정말 훈훈하고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그렇게 미운 마음을 버리고 온 윤서의 개운한 표정도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마음 깊이 남아 있던 이 장면을 노래로 만들어 보았다.

대상 수상은 기대하지 않았 쾌거, 호명된 직후엔 기쁨보다 겸연쩍은 마음도 컸지만, 한편으로 이 노래 내 곡이 아니라 윤서의 곡이라 생각 하니 그저 고맙고 뿌듯하였다.

대상 수상의 영광을 사랑스러운 우리 조카에게 돌립니다!



흐음,  생각난 한 가지.

이날 공연장 앞쪽에 마련된 작곡가 작사가 좌석에 다른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누었는데, 초면인 젊은 작곡가 한 분이 옆사람에게 동요 작곡은 참 쉽다, 대회 한 군데에 떨어져도 다른 데 같은 곡을 내다보면 언젠가는 또 합격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걸 들었던 기억도 난다. 나 역시 KBS에서 떨어진 곡을 MBC에서 발표하거나 던 경험도 있고, 말마따나 작곡에 대해서는 비전공자인 나 같은 사람도 곡을 쓰고 수상도 하고 그러는 동요 판이니... (휴우, 겸손의 시대는 정녕 간 것입니까? 저도 플렉스 버전으로 할 말은 있거든요. 름 유명하신 동요 작사 작곡가 부모님 슬하에서 자랐으니 동요에 대해서는 20년 이상 가정교육 조기교육을 받은 셈이고, 취미 락밴드에 몸담은 경력도 10년 이상. 일렉기타 외엔 특별히 '연주자'라고 말할 수없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양악기 국악기 10종 이상 어 정도는 두드리고 소리 낼 줄 알고요...) 가곡이나 대중가요, 클래식 작곡 같은 장르와 비교하자면 물론 동요 쪽이 쉬 수는 있다만.

동요 창작은 쉽다는 말을 참 쉽게 하는 전문가의 당당함에 표정 관리가 잘 안 되었다. 가까운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대화에는 끼지 않았다.

창작의 세계가 꼭 그리 고고한 아성은 아닐진대. 홀로 고고하고자 하는 꼰대는 오히려 내가 아닌가. 내 마음에 자리 잡은 평가의 잣대 조금 민망하던 차에, 그래도 대상을 받아서 체면치레는 했다(?) 생각을 속으로했더랬다.



아, 또 한 가지. 발표 다 하고 난 뒤에서야 혼자서 노랫말의 중대한 미스를 깨달았다.

가사만 눈으로 보았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막상 귀로 노래를 들어보니 마지막 구절'환하다'와 '화나다'의 발음이 같아서. 참 맘에 걸리는 얼룩이 되어버렸다. ㅠㅠ

(화난 마음. 화나는 마음. 문법적인 부분도 걸리긴 하는데 이 부분은 박자에 끼워 맞추려다 보니 별 수 없어서 처음부터 알고도 눈감았습니다. ㅠㅠ)

발표 전에 글 다듬기는 정말 열 번 백 번을 하고 또 해도 부족하지 않다. 발표 후에 부끄러움은 오롯이 내 몫이니.

무려 대상까지 받아 버려서 생각 이상으로 보급도 되고 많은 아이들이 불러 주게 되었는데 말이다.

혹여 나중에 개인 앨범 발매를 하게 되거나 가사를 정정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2절도 1절처럼 "예쁘게 웃는 얼굴"이라고 바꾸리라...!  OTL

(2절 가사를 굳이 1절과 다르게 가려고 억지로 노력하지 말자재차 다짐한다.)



미운 마음 버리기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당시 지역 신문에도 실렸다. 이 기사도 아카이빙 차원에서 업로드.

<아기 염소>의 작곡가이신 존경하는 이순형 선생님께서 심사위원장으로 자리해 주셔서 더욱 뜻깊었다. :)

시상하며 아빠 미소를 보여 주신 윤석구 전 회장님(병아리 창작동요제가 동요문화협회 주최의 행사라, 8회에 이르기까지 얼굴을 참 자주 뵌 큰 어르신)께도 감사의 인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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