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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진 Aug 09. 2021

우리말 통일 열차

철마는 달리고 싶다

<우리말 통일 열차>

박경진 작사 / 박경진 작곡



칙칙폭폭 우리말 통일 열차

칙칙폭폭 함께 타요 칙폭


1

우리는 아주 먼 옛날부터 한 뿌리 하나의 나라

같은 생각 같은 말로 마주 보며 살아왔지요


무지개는 색동다리 라면은 꼬부랑국수

미소도 예쁘지만 웃음도 아름다워요


쓰는 말 조금 다르지만 어울리면 더욱 좋아요

손 잡고 우리말 가꾸며 통일 열차 함께 타요


2

우리는 아주 먼 옛날부터 한 뿌리 하나의 나라

같은 생각 같은 말로 마주 보며 살아왔지요


교차로는 사귐길 양파는 둥글파

가로수도 멋지지만 거리나무 듣기 좋아요


쓰는 말 조금 다르지만 어울리면 더욱 좋아요

손 잡고 우리말 가꾸며 통일열차 함께 타요







2017년 통일부에서 주최한 창작통일동요공모전에서 발표하, 2등 상인 통일 미래상을 받다.


대회 정보를 알게 된 다음 노랫말을 완성하기까지, 생아져서 많이도 뭉그적거렸던 기억이 난다.

통일 당위성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90년대 국정 교과서로 사회 과목을 배운 나는 어릴 적엔 '당연히 남한이 흡수 통일을 해야지!'라고 생각했다. 어린 눈에는 서독과 동독의 케이스가 너무나 훌륭한 본보기로 보였으며, 당시만 해도 우리에겐 한겨레 한민족이라는 개념이 참 공고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이산가족 당사자들이 점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나 역시 나이를 먹 안보와 통일 문제를 관심 있게 들여다면서, 수록 '확고한 의견'을 갖는 것이  어려워졌다.

북한의 김 씨 세습 독재 정권을 비호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해가 갈수록 벌어지는 남북의 경제 격차나 깊은 사회 문화적 골을 과연 통일이라는 형식적 합체로 메울 수 있을지 회의적이 되었다.

통일보다 평화와 공존이 더 궁극적인 목표가 아닐까?

세계화 시대이자 다문화 시대에 민족이라는 개념은 이미 퇴출되어야 할 과거의 유물이 아닌가?

북한의 체제 하에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인류 보편적인 박애 정신을 발휘했을 때 우리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이 정말 통일일까?

(국방비 같은 정책 문제는 지식이 일천하여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요즘은 학교 현장에서도 당연히 통일을 해야 한다는 전하에  방법론 토의하는 하는 것이 니라, 통일을 해야 할까 말까를 논제로 삼아 토론시키는 경우가 제법 흔다. 과연 이런 시대에 '통일 동요'에 어떤 주제를 담아야 하는 걸까. 그것이 정말이지 큰 고민이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내게는 이 문장과 백마고지의 춰선 기차 사진이 '통일' 하면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였다. 아마 어릴 적 도덕 교과서에서 본 사진이었 것다.

그래. 복잡한 통일 문제를 떠나서도 한반도에 종전 선언이 내려지고 평화가 정착된다면, 철마는 달릴 수 있겠지. 그런 날이 온다면 우리도 북한 땅을 여느 다른 나라처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을 것이고, 원한다면 비행기를 타지 않고 육로를 통해 유라시아 대륙을 마음껏 누비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겠지.

오래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 소망에 다시금 불씨를 당겼다.




'세대 화합'과 '튼튼 안보' 통일 열차는 두 바퀴로 달린다.


 어느 시사지에 실렸던 기사 제목이었는데, 통일 정책과 관련하여 가장 공감했던 문장이었다.

기성 세대 개개인이 통일에 대해 회의적일지언정 다음 세대를 위한 통일 교육 필요할 것이다.

안보 문제는 어른들이 해결할 몫이니, 아이들은 화합을 위한 공감 교육이 기본이 되어야 하겠구나 생각했다.




몇 줄 안 되는 가사를 써 놓고서 사설이  길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거겠죠.ㅠ)

순수 서정 동요가 아니라 이런 대회처럼 분명한 목적을 띈 행사에 출품하는 곡을 만들 때에는 한층 민감해다. 나는 과연 이 대회의 취지에 부합하는 신념을 갖춘 진실하고 신뢰도 높은 스피커인가. 소위 상금을 노린 한탕주의자처럼 가볍게 곡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만든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이 북한 주민들과 북한을 떠올렸을 때 동정이나 비하의 표정 대신 연민과 애정의 미소를 떠올려 주면 좋겠다. 우리와 같은 말을 쓰는 남북의 주민들이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보며 대화할 수 있다면  좋을까.

그런 심상을 고 싶어서 내가 느끼기에 가장 예쁘고 정감 가는 북한말들을 추려서 1절과 2절에 나누어 구성했.

창작자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수용자에게 가서 닿는다면 이 노래를 만드는 것이 무(無用)한 일은 아니겠거니.





https://youtu.be/qDqT-sPZrgM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emilypmj&logNo=221170590072



정부 주관 행사는 보급 측면에서 확실히 이점이 있다. 당해에 통일부 어린이 기자단 활동을 통해 초등학교 현장에 수상곡들이 보급되었고, 아이들이 귀여운 그림 작품들을 모아 동영상도 제작해 주었다.

내가 만든 노래를 들으며 정성껏 그림을 그렸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참 예쁘고 기특하고, 또 민망하고 고마웠다.

(얘들아, 노래는 좀 별로였더라도, 나중에 국어 교과서에서 북한말에 대해 한 번은 배울 거야...ㅜㅅㅜㅎㅎㅎ

당장 이 영상을 보는 나에게 무엇보다 큰 선물이 되어 주긴 했다만, 일면식 없는 이 아줌마의 사정은 제쳐두고서라도, 너희의 노고 또한 무한 일이 아니었기를 진심으로 바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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