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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진 Jul 27. 2021

[서평] 허클베리 핀의 모험

흑인 노예와 함께 나눈 따뜻한 우정

 2016년, 미국에서 흑인 청년들이 백인 경찰의 총격에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흑 갈등 문제가 다시금 불거졌어요.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과잉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에서 백인 경찰이 흑인에게 저격을 당하는 일도 벌어졌고요. 미국에서는 1865년 흑인 노예제도가 폐지되었지만 오늘날에도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죠.


 미국의 유명 작가 마크 트웨인이 1884년에 발표한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흑인 짐과 백인 소년 허클베리의 우정을 통해 당시 미국 사회가 갖고 있던 인종차별과 폭력, 잘못된 관습을 유머와 풍자로 보여준 작품이에요. 소설의 배경은 흑인 노예가 존재하던 미국 남북전쟁 이전 미시시피 강이 흐르는 미국 중서부의 미주리주예요. 허클베리 핀은 부모님의 사랑을 전혀 받지 못하고 누더기를 입고 아무 데서나 먹고 자는 비참한 신세였지만, 착실하고 맘 좋은 더글러스 아주머니 댁에 입양되면서 학교도 다니고 공부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런데 허클베리를 두고 사라졌던 친아버지가 갑자기 나타나 허클베리를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허클베리의 친아버지는 허클베리가 톰 소여라는 친구와 함께했던 모험에서 큰돈을 손에 넣었다는 소식을 듣고, 아들의 돈을 가로채기 위해 접근한 것이었어요. 술 취한 아버지의 폭력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허클베리는 아버지 몰래 미시시피 강을 떠내려온 통나무배를 타고 더글러스 아주머니의 곁을 떠나야 했어요.   


  허클베리는 마을에서 멀지 않은 무인도에 숨어 있다가 왓슨 아주머니네에서 노예로 살다 도망친 흑인 짐을 만나게 돼요. 당시 미국 남부에는 도망친 노예를 신고해야 하는 법이 있었지만, 허클베리는 짐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아요. 그러다 우연히 허클베리의 실종을 두고 ‘도망친 노예 짐이 허클베리를 죽인 것’이라는 헛소문이 돌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혹시라도 짐이 사람들에게 붙잡히면 억울하게 살인범으로 몰려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허클베리는 짐과 함께 무인도를 벗어흑인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미국 북부를 향해 떠나기로 해요. 모험 도중 악당에게 붙잡힌 짐을 구출하기 위해 온갖 엉뚱한 방법을 동원하기도 하지요. 이러한 여정을 함께하는 동안 허클베리와 짐의 우정은 점점 깊어지지요.          


 허클베리는 종종 짐을 무시하고 얕보기도 하지만, 자신이 짐을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현실에 진심으로 괴로워해요. 허클베리는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이 작품 속에 나오는 어떤 어른들보다 따뜻하고 정의로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모험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도피와 다름없는 힘든 생활을 하면서도 유쾌함과 적극성을 잃지 않는 모습도 참 대단하고요. 모험 중에 사람들을 속이기도 하는 허클베리의 행동을 모두 긍정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행동이 허클베리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 필요가 있어요. 악당에게 붙잡힌 짐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을 속이는 허클베리의 순수함은 저절로 미소를 머금게 한답니다.    

 

 여러분은 어떤 모험을 꿈꾸고 있나요? 일상적이고 당연한 것들로부터 한 발자국 벗어나 새로운 생각을 해 보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모험일 수 있답니다. 허클베리 핀이 겪었던 모험처럼 즐거움과 깨달음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나만의 모험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세요.






<작가 소개>

마크 트웨인을 필명으로 쓰는 미국 소설가, 사무엘 랭그혼 클레멘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신문 기자로 활동하다가 단편 작품과 기행문 등으로 이름을 알렸다. 미시시피 강을 배경으로 한 일련의 자전적 소년소설인 <톰 소여의 모험>(1876), <허클베리 핀의 모험>(1884), <미시시피 강의 생활>(1883)과 함께 <왕자와 거지>(1882)라는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 2016.8.25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코너에 게재했던 서평입니다. 앞으로 브런치에 올릴 서평을 경어체로 쓸 생각은 없지만, 당시 글은(귀찮아서;) 그대로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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