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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진 Aug 21. 2021

부모의 오늘을 긍정하자

2%는 부족할 수 있지만...

유초등 교육 관련 글감들을 수개월째 정리하고 있는 중이다. 제 깜냥 이상의 글을 쓰겠다고 덤빈 것은 아닌가도 싶지만, 목표는 다소 거창해도 좋은 법. 많은 공부가 되고 있다.


 전문 분야는 독서와 언어 교육 쪽이지만 내 아이를 키우며 유아 수학, 유아 영어, 스팀 교육, 예술 교육, 체험학습 등 다양한 분야의 이론과 로드맵에 자연히 관심이 갔다.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고 싶었다. '평생학습자'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배움을 즐겨하며, 전 직장에서 '문서 장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던 개인적 특성을 적극 활용해 보기로 했다. (독서 교재 사이트 개발과 사업 준비로 바쁜 와중에 돈 안 되는 글쓰기라니 가끔 현타가 오긴 하지만, 원래 딴짓은 바쁠 때 더 하고 싶은 법...ㅋ)


각종 학술 이론서와 개개인의 자녀교육 비법을 담은 실용서들을 펼쳐보다 보면, 극단적인 견해들도 많이 만나게 된다.

'아이에게 절대 신체적 언어적 폭력을 가하지 말라'는 정도의 말을 제외하고는, '절대, 전혀, 반드시, 꼭' 따위의 설명이 들어가는 교육론은 대부분 오답이다.(학창 시절 국어 객관식 시험 볼 때부터 익히들 아시는 내용이지요?)

나 역시 머릿속이 상당히 꽃밭이고, 민주주의 교육 실현에 뜻을 둔, 왼쪽으로 치우친 이상주의 교육자이긴 하다만. 사바 세계(현실)에서는 분명 절충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공교육 시스템에 모든 것을 믿고 맡길 수는 없다는 의미이다.


육아나 교육에 대한 글을 쓸 때는 말투도 조심스러워진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나의 견해나 조언이 누군가에게 비난이 질책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게 좋은 방법이라는데 나는 왜 몰랐을까. 나는 왜 내 아이에게 못해 줬을까. 이미 시기를 놓친 것은 아닐까. 이에게 좋다는 방법 다 아는데 나는 왜 여전히 실천이 안 될까. 등등.

부모라는 재는 쉽게 이런 함정에 빠진다.


세계 석학들의 이론과 시중에 떠도는 각종 교육법을 정리하다 보면 나 역시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게 된다.

인스타에가끔 아이와 께하는 좋은 활동들을 소개하고 있다 보니, 아무래도 '잘난 척' 하는 느낌이 있다. 인스타 플랫폼이 지닌 특징이기도 하겠다만 가끔은 그런 스스로가 겸연쩍다. 작년에 유행했던 대중가요 가사처럼 '그저 그런 날들이 그럴듯한 날보다 사실 훨씬 많'은데 말이다.

오늘 꼭 해야 하는 학습 분량 같은 건 초등 입학 전에는 정해둘 맘이 없기도 하지만, 6살 아이에게 영상도 어떤 날은 두세 시간 그냥 보여 주기도 하고... 놀이학습이 다 뭐래, 그냥 밥 먹고 씻고 잠들기 바쁜 날도 있... 그런 거지.


완벽한 부모는 없다.

당연한 소리지만 이 말로는 조금 부족해 보인다. 완벽을 100이라고 가정하면 옆집 누구 부모는 99점짜리 1등급 부모 같고, 나는 70점짜리 6등급 부모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은가?

인간의 실존은 언제나 100이다. 누군가의 오늘은 그 사람이 처한 모든 복잡한 상황과 과거의 맥락을 고려했을 때 지극히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하루였을 터.

타인에게 실질적인 피해라도 끼쳤다면 적절한 보상도 필요하고 죄책감도 가져야 하겠다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반성은 적당히 하자. 반성과 성찰은 나 자신의 성장행복을 위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나간 오늘이 나의 최선이었다는 것을 의심하지 말고, 내일은 또 내일의 내가 힘닿는 대로 최선을 다하면 그뿐. (반성을 너무 많이 하는 스스로를 또 반성하지는 마시길. 반성 시리즈는 김영승 시인의 고유한 작품으로 남겨 두심이 어떠합니까?)

'이런 게 부족한 나'를 자책하지 말고, '이런 걸 깨달은 나'를 긍정하고 내일은 딱 하나만 적용해 볼까 하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면 어떨까. 오늘보다는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2% 정도만 반성의 여지를 남겨 두고 말이. (지금도 그 음료수 나오나요? 부족할 땐 걍 음료수로 채우세요. 저는 맥주로 채웁니다만.)

2%라니 너무 적은가?

하하. 오늘의 저는 이 정도가 최선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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